김현정기자
중국 우시 암웨이식물연구센터(Amway Botanical Research Center, ABRC)의 재배실.
[우시(중국)=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서 버스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중국 장쑤성 우시. 창밖의 풍광은 동방명주를 비롯한 마천루의 도시에서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한적한 시골마을로 순식간에 바뀐다. 이렇다할 건물도 하나 없는 이 곳에 글로벌 직접판매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암웨이가 식물 연구소를 세웠다. 수천년 역사의 중의학 이론을 건강기능식품에 담아내기 위한 전초기지, 암웨이식물연구센터(Amway Botanical Research Center, ABRC)다. 지난 23일 공식 개관한 센터의 전경은 흔히 생각하는 연구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10만평(33만3000㎡) 부지의 대부분은 200여종의 중국약초를 재배하는 농장과 크고 작은 연못, 하천으로 구성돼 있다. 토양, 물, 식물 조직 및 유전정보를 연구하는 실험실과 첨단 온실도 있지만 전체 부지의 10%에도 못미친다. 인위적인 실험이나 연구보다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약초의 효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현지 시설에는 중국 정부 역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실상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최초의 중국 약재 연구기관을 개관하기 위해 정부는 부지를 무상에 가깝게 임대해주고, 암웨이 미국 본사에서 2500만달러(약 283억원)을 투자했다.한 연구원이 온실에서 재배약초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중의학에 뿌리 둔 뉴트리라이트, 초심으로 돌아가다= 뉴트리라이트는 암웨이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창립자 칼 렌보그가 중국에 방문한 이후 등장했다. 1920년대 중국에서 야채나 현미만을 먹는 농민들이 고기와 백미 위주 식단의 미국 부유층보다 더 건강하다는 데서 출발한 것. 이번 연구센터 개관은 81년 전 뉴트리라이트가 탄생한 본거지로 돌아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2009년 말부터 중국 내 40여개 필지 후보 가운데 최종 선택된 우시의 현재부지는 당초 수천만톤의 쓰레기더미로 둘러쌓인 버려진 땅이었다. 인근 수로는 진흙에 막혀 쓰레기가 떠다니고 악취까지 풍겼다. 기준치에 못미치는 토양의 비옥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암웨이는 3년 연속 휴경, 돌려짓기와 풋거름 재배를 진행했다. 저지대를 개조하고 배수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데 이어 꽃나무나 수경식물을 심고 각종 어류와 수생식물을 양식했다. 식물원과도 같은 한적한 농장전경과는 다르게 연구실 내 연구원들의 손은 분주했다. 이곳에 재직중인 20여명의 연구원은 중금속 제거를위한 ICP 분광기, 원료의 진위를 가리는 PCR기, 영양성분 햠량이 부족한 식물을 감별하는 크옐달법 질소계 등 장비를 통해 농장에서 자란 약초를 분석·연구한다. 침전물을 내리고 섞거나 일조량(6단계), 습도등을 바꿔가며 각각의 약초가 자라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연구하는 것도 연구원들의 몫이다. 농장 한쪽에서 지렁이의 분뇨를 활용한 '차(茶)'를 만들던 연구원은 "식물이 마시는 보약"이라며 마셔보겠느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암웨이식물연구센터(Amway Botanical Research Center, ABRC) 온실.
◆"전통약재의 역사와 현대 기술 접목…기회 무궁무진해"= 암웨이의 글로벌 본사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캐서린 에렌버거 부사장은 이곳을 기회의 첨병으로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한편, 유구한 역사의 중의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유유 중의학연구원 교수가 중국 고서에 적힌 약초들의 효능을 서양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캐서린 에렌버거 부사장은 "뉴트리라이트는 그간 한의학 개념이 접목된 상태로 개발돼왔지만,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면서 "생리학과 라이프사이클 측면에서 가장 최적의 상태로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해 우리 제품이 업계에서 선도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암웨이 연구개발과 기술규제 관리를 총괄하는 지아 첸 부사장은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의 식물연구 관련 학계 및 정부 기관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한국 고유의 작물들이 가진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할 기회를 갖고싶다"고 강조했다. 우시(중국)=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