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신임 투표' 사면초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흔들리는 당을 추스리기 위해 꺼내든 '재신임 투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중진 의원들, 혁신위원회까지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주류와 비주류간 기싸움까지 더해져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일인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두고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 뿐 아니라 오영식 최고위원까지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표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던 당 혁신위도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는 재신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은 파국을 몰고 올 뿐이다. 문 대표는 포용의 정치, 변화와 안정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당내 중진 의원들이 제안한 20일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통해 문 대표의 '정치적 재신임'을 받는 방안이 유력한 중재안으로부상했다. 그러나 비주류측 이종걸 원내대표가 "의총개최 여부는 의논을 더 해봐야겠다", "의총을 열어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의원총회 소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자 주류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이날 저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대표 흔들기를 넘어 재신임 투표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이제 다음 주 재신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가 (중재안을) 지켜보겠다고 하자마자,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고 흔든 셈"이라며 "이 원내대표는 오늘 발언에 대한 자기 입장을 정리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최 본부장은 "20일 연석회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문 대표의 입장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단합의 방도를 찾아보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 일각에서는 결국 "추석 전 투표를 하되, 연석회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존 문 대표의 입장에 사실상 변화가 없어, 최 본부장의 이번 회견은 비주류를 겨냥한 '압박용'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논란이 커지자 이 원내대표는 입장자료를 내고 "당의 분열을 조속히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려는 중진의원들의 노력과 충정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다"며 "연석회의 소집에 대해서는 다양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주변에 "의총을 소집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현재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찬반이 엇갈려 아직 결정을 못했다. 추가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의견을 주변에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이 원내대표가 의총 소집에 적극적이지 않는 데에는 연석회의 개최 전에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철회'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철회의 뜻을 먼저 밝혀야만 비주류 의원들이 '정치적 재신임'에 협조할 수 있다며 '선(先)철회-후(後)연석회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하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신임 투표 철회선언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비주류 의원 다수가 참석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대로 의총을 진행하면 의원들의 충돌이 격해질 수 있다"며 "이럴 때에는 문 대표가 대승적으로 투표 철회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