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중성 좇다간 뿌리 사라진다

국립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이 종묘제례악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국악고)

설립 60주년 맞은 국립국악高 교장 신현남대중가요와 퓨전, 정통성에 바탕둬야창작국악 교육 통해 세계적 인재 육성[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국악과 대중가요간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가 유행이지만 정통성을 바탕으로 해야죠."국립국악고등학교가 17일로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환갑'을 맞은 국악고의 신현남 교장은 "감개무량하다"면서도 국민과 친숙한 고전음악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듯 했다. 1955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로 세워진 국악고는 현재까지 전통 국악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전통 음악을 보존, 전수하기 위해 60년간 전통 예술 인재를 키워온 산실이기도 하다. 이에 국악고를 거쳐간 5000여명의 전통예술인 중 인간문화재와 국악 예술인, 교육자 등이 여럿 탄생했다.국악은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은 아니다. 대중가요만큼 평소 접하기 쉬운 음악이 아닌 데다 '어렵다'는 편견도 일부 있다. 그래서 변형돼 나오는 것이 대중음악과의 콜라보다. 이에대해 신 교장은 국악고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퓨전 음악, 국악 뮤지컬 등이 나오고 있는데 정통성을 체득하지 않은 채 대중성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우리 음악의 뿌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에 국악고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감안, 대중성에 영합하기보다는 기초적인 부분에 집중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신 교장은 "국악의 음계나 음악적 특성을 확고하게 배운 후에야 정통성을 바탕으로 재창조도 가능하다"면서 "서양의 클래식을 보면 수요층이 따로 있듯 국악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굳이 국악을 대중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꾸준히 변화하는 음악의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창작국악을 통해서다. 신 교장은 창작국악 교육을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옛것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 세계의 음악적 보편타당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국악고는 지난 2013년부터 가을 음악회인 '목멱예술제'에서 창작곡만 연주한다. 국악고 1~2학년 학생들은 예술제 참가를 통해 음악적 해석력과 분석력을 배우게 된다. 신 교장은 "창작곡의 경우 변화무쌍한 장단이 들어가 있어 고등학생에게는 어려운 작업"이라면서도 "이 과정을 통해 악보만 보고도 음악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신 교장은 1975년 이곳을 졸업한 국악고 동문이다. 신 교장은 자신이 졸업했던 40년 전과 현재의 가장 큰 변화로 국악의 전문성 확대라고 진단했다. 당시에는 가야금, 해금 등 일부 악기를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지만 현재는 무용,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로 교육이 확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종묘제례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최근 국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악고 교장으로서 고품격 음악, 품위있는 국악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을 앞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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