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응기자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케이트 윈즐릿이라고 하면 으레 영화 '타이타닉'을 떠올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뱃머리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바람을 맞는,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 속 여주인공이다. 타이타닉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더 리더'에서 한나로 출연했던 모습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다.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극히 조심스러운 일이고 보는 입장에서도 조마조마하다. 더 리더는 소설의 감동을 영상이라는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승계했다. 10대 소년과 사랑을 나누는 30대 여인, 문맹이라는 지독한 콤플렉스에 갇혀 스스로 질곡의 길을 선택하는 한나의 처연한 매력을 그가 표현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제대로였다. 케이트 윈즐릿은 최근 페이스북에 화장하지 않은 자신의 민낯 사진을 게시했다. 연예인의 민낯 사진은 대개 '봤지? 난 화장 안 해도 이 정도야' 하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케이트 윈즐릿의 목적은 달랐다. 1975년생이니 그럴 나이가 지났을 법도 하다."내 피부에 주름이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주름 이상의 것을 보기 바랍니다. 나는 진짜인 나를 받아들이고 싶어요."이어서 여배우 수입 2위인 '대세' 스칼릿 조핸슨도 민낯 사진을 공개했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 쓰면서 찾는 아름다움은 그리 좋은 게 아닙니다. 실제의 당신을 사랑하세요."배우는 대중의 환상을 먹고 산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배우의 '역주행'이다. 어느 기업의 광고 문구처럼 푸른 꽃은 푸르러서 예쁘고, 붉은 꽃은 붉어서 예쁘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아니 꽃이 아니라도 예쁘다는 메시지일 테다. 그런데 사실 민낯이라고는 해도 케이트 윈즐릿과 스칼릿 조핸슨의 얼굴은 아름답다. 내면의 형상과 깊이는 어떤 식으로든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사진과 함께 게시한 글에서도 읽히듯, 민낯 공개 이전에 삶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선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눈빛은 그들이 뿜어내는 연기력의 근원을 짐작게 한다. 조금은 결이 다른 얘기지만 정부의 민낯도 궁금하다. 최근 돌고래호 사고 직후 국민안전처가 유언비어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해 누리꾼들의 십자포화를 맞은 바 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유언비어로 치부했거니와, 다른 유언비어가 있다고 해도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은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화장을 두껍게 덧칠해 오지 않았나. 화장 밑으로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추측만 무성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의 셀프 민낯 공개는 난망이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