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난처' 공중전화 부스의 재발견

휴대폰 보급에 이용자 감소… 안전지킴이로 변신전국 '세이프존' 100곳 운영자동 문닫힘 ·비상벨 ·사이렌 등성범죄 ·학교폭력 예방 효과

용마산역 인근에 설치된 세이프존(사진=KT링커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가 시민의 안전지킴이로 거듭나고 있다.1일 KT링커스에 따르면 전국에 '세이프존'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9월 현재 수도권 45대, 지방 55대 등 100대에 이른다.세이프존(Safe Zone)은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된 공중전화 부스다. 자동문 닫힘, 비상벨, 사이렌, 112 긴급 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신변의 위험을 느낀 여성이나 어린이가 세이프존으로 이동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강화유리로 제작된 문이 닫히고 비상벨이 울려 주변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12 버튼을 눌러 경찰을 부를 수 있다.공중전화의 관리와 운영은 KT의 자회사 KT링커스가 맡는다. KT링커스는 2013년 12월 인천광역시에 처음 시범 운영했다. 이후 성범죄나 학교폭력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KT링커스와 협의해 세이프존 설치에 들어가고 있다.부산에는 동래구 온천동 롯데백화점 동래점 인근 등 10곳이 설치돼 있다.전북 전주시는 지난해 11월 전주시 덕진동 종합운동장 앞에 세이프존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형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했다. 전주시는 시민의 반응이 좋을 경우 세이프존을 2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KT링커스는 서울시와도 세이프존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서울에는 용마산 인근에 1곳이 설치돼 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향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지속적으로 확대 설치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서울시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존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확산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다. 세이프존을 설치하는 데는 약 2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공중전화사업이 적자인데 '좋은 일'이라고 마냥 투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KT링커스는 광고 유치 등 수익성을 어느 정도 감안해 장소를 선정한다. 세이프존이 광고 유치가 쉬운 교차로나 번화가 등에 주로 설치되는 이유다.공중전화 부스를 세이프존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도로 점유 공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이프존의 취지는 좋지만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승인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한편, 1999년 전국 15만대에 달하던 공중전화는 현재 그 절반인 7만5000대 정도로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용자 수가 크게 줄면서 적자폭도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나지 않는다고 무작정 줄일 수도 없다. 공중전화는 정부가 제공하는 일종의 '보편적 통신 서비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편 서비스의 적자분은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20여개 통신사업자가 매년 분담한다. 2013년 기준 통신사들이 나누어 부담한 손실보전금은 약 165억원에 달한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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