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 아베 담화와 전지현의 충고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알려줘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고."지난 주말을 기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분(扮)한 전지현의 대사다. '매국노 한 두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의 말을 되받아친 이 대사가 다시금 떠오른 것은 아베담화 때문이다.전후 70년을 맞아 내놓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번 담화는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4가지 핵심 키워드를 언급하기는 했다. 그러나 주체와 대상이 불분명한 과거형 발언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특유의 '아베 화법'이 고스란이 녹아있었다.특히 일본 언론이 평가하듯 침략의 역사에 대해 중국을 곳곳에서 배려한 것과 달리 한국과 얽혀있는 식민지배에 대해선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야 한다"는 일반론에 그쳤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평했다.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미국의 반응이다. 미국은 아베담화 직후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끼친 고통에 대한 반성과 과거 정부의 담화 유지 약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넌지시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이번 아베담화는 동북아에서 국력의 차이와 힘의 논리를 철저히 계산해 반영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일본은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적했듯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산 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을. 그리고 일본은 뼈저리게 잘 알게 될 것이다. '회오(悔悟)'와 '통석(痛惜)의 염(念)'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우리 국격과 국력 상승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을.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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