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X파일] 10살女 ‘몸캠’ 요구 男, 무죄 뒤집힌 이유

아동복지법 위반 1심·2심 ‘무죄’, 대법원 파기환송…육체적 고통 없어도 성적학대 처벌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10살에 불과한 소녀 B양과 영상통화를 했던 2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있다. A씨는 영상통화 과정에서 B양에게 속옷을 벗고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 달라는 이른바 ‘몸캠’을 요구했다. B양은 이에 응했다. A씨의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행동일까. 여기에서 상식과 법적 판단이 충돌한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할 때 당연히 처벌받을 행위로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도대체 어떤 논리로 그런 판단을 한 것일까. 그러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도 받아들였을까. 이번 논란은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인터넷 게임 ‘러브○○’을 통해 B양을 알게 됐다. A씨는 며칠 사이에 50여 차례의 음성통화와 SMS를 통한 연락을 시도했다. 성인 남성과 10살 소녀가 전화 통화나 연락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다. 문제는 A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해왔다는 점이다. A씨는 B양을 알게 된 후 며칠 사이에 3회에 걸쳐 영상통화를 통해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B양은 영상통화 과정에서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는 행동을 그만하겠다는 의사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A씨가 행동을 멈추게 된 것은 B양의 어머니가 영상통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였다. B양 어머니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제야 A씨는 B양과의 전화통화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담긴 내용을 보면 A씨 행동은 법을 위반한 행위로 판단할만 하다. 법원도 그렇게 판단했을까. A씨는 병역수행 과정이어서 그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은 군사법원이 담당했다.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단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는 행위자가 아동으로 하여금 제3자를 상대방으로 해 음행을 하게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일 뿐 행위자 자신이 직접 그 아동의 음행의 상대방이 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볼 것은 아니다.’A씨가 제3자를 상대로 B양에게 행위를 하도록 강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상대방이 돼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아동복지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말로 본인을 상대로 10살에 불과한 여자 아이에게 '몸캠'을 요구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에 따른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일까. 흥미로운 부분은 2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2심은 고등군사법원이 담당했다. 판단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만일 행위자 자신이 아동의 음행 상대방이 되는 것까지도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아동을 대상으로 해 성행위 등을 시도하려고 하는 모든 행위가 위 조항들에 의한 처벌대상으로 되는 결과가 된다.’ 아동복지법 위반에 따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2심 법원 판단의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1심과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A씨 행동은 무죄가 될 수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성에 대한 B양의 무지와 타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용해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A씨의 이러한 행위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10살에 불과한 B양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상당히 미약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특히 어떠한 행위 강요가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성적 학대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대법원은 ‘최고 법원’ 역할을 한다. 대법원 판단은 중요한 판례가 돼서 하급심 법원 판단의 참고자료가 된다. 대법원이 갑자기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적장애 2급인 10대 여학생에게 휴대전화로 가슴 사진 등을 요구해 받은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상고심에서 아동복지법상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일관된 논리에 따라 ‘아동 성 보호’에 무게를 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10살 여자 아이에게 ‘몸캠’을 요구했던 남성의 무죄 선고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유죄 판단 취지를 담아 A씨 행동에 대해 다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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