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왜 혁신인가]스마트공장, 불량률 제로에 도전한다

<3>IT와 손잡은 제조업, 혁신을 낳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 LS산전 청주공장의 생산수율은 99.9903%에 달한다. 불량률이 0.001%에 불과한 셈이다. 세계 최고 수율(99.9988%)을 자랑하는 독일 지멘스 암벡공장과 비교해도 큰 격차가 없다. 이 공장은 수요예측시스템(APS)을 기반으로 고객 주문에 맞춘 최적의 생산스케줄, 생산 상황에 따른 생산설비 자동제어, 포장ㆍ운반을 동시 수행하는 다기능 로봇, 생산 진행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자재ㆍ제품을 운반하는 무인차까지 '제품기획-설계-생산-유통' 전(全)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이른바 '스마트 공장'이다. 공장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은 60% 줄었고, 모델마다 자율생산이 가능해져 38개 제품을 1일 최대 2만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장인 셈이다.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결합을 통해 자동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공장'이 제조업의 혁신으로 꼽힌다. 이 '똑똑한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에너지와 자원 활용도 극대화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도 높아진다. 과거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이 미래 제조업의 강국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현 시점에 스마트공장을 필두로 한 제조업 혁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제조업 혁신 앞장선 獨 = '스마트 공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독일ㆍ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불이 붙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스마트공장과 제조업 혁신을 골자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표방하며 관련 기술과 표준화 논의에서 앞서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 가상물리시스템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공장을 갖췄다. 지멘스의 암벡공장은 산업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다품종, 고수율 생산이 가능해졌다. 암벡공장의 자동화율은 75%에 이르고, 수율은 99.9988%로 세계 최고다. 불량률은 100만대당 12대에 불과하다. 3D설계력을 갖춘 가상물리시스템과 신경망처럼 펼쳐진 센서로 실시간 데이터 집계를 하는 덕분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35시간이지만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높은 생산성은 제조업과 ICT가 융합해 만들어낸 창조물이라는 평가다.
독일의 페스토도 스마트공장으로 제조혁신을 이룬 기업 중 하나다. 공장자동화를 위해 로봇개미와 로봇나비까지 선보였다. 이들 로봇은 복잡하거나 위험한 일에 사람 대신 투입된다. 이들은 3D입체 카메라와 안테나, 광학센서칩, 통신모듈, 프로세서 등이 장착돼있어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다른 로봇과 공동작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로봇개미는 정확한 규칙에 따라 각자 작업을 하지만 공동의 목적이 주어지면 협력을 하기도 한다. 페스토는 이들 로봇을 통해 작업시간 단축과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엔저로 부활중인 日, 발빠른 美 = 최근 엔저를 등에 업고 경기부흥을 꿈꾸는 일본도 제조업 혁신을 꾀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산업재흥플랜을 천명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규제 해소를 통한 제조업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최근 물류에 사용하는 전동자전거에 묶인 규제를 해소했다. 도로교통법에 의해 제한됐던 전동자전거의 어시스트럭(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에 운전 보조 장치가 보조하는 힘의 비율) 상한을 기존 2배에서 3배로 늘린 것이다. 이를 통해 물류업에서 여성이나 고령자 등의 진입을 증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에도 도움을 줘 저탄소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했다. 탑승형 이동지원로봇의 도로주행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령도 개선했다. 특례조치를 만들어 폭이 좁은 도로를 포함한 도시 지역의 도로 주행 실증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 활용 사회의 실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미국 또한 제조업 혁신 선두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테슬라는 용접, 조립, 절단 등 다기능 로봇을 활용해 자동차 이외에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지능형 유연생산 공장을 조성한 상태다. 또 로컬모터스는 세계 최초 오픈소스 자동차 공장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ㆍ제작에 참여토록 했다. 대량생산체제 덕분에 출시되지 않는 독특한 자동차 생산까지 가능해졌다. 이밖에도 미국 보잉사와 포드도 융합ㆍ맞춤 생산과 신속한 시장출시의 핵심역량이 다양한 시제품 제작임을 고려, 시제품 제작기간ㆍ비용 절감노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 뒤늦게 합류한 韓 =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영상정보, 데이터 압축, 설비 자동진단, 모니터링 등 IT를 중심으로 한 융합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포스코ICT의 센서개발 기술을 토대로 포항 제철소 열연공장 내 설비관리에 시범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향후 채택 범위를 넓혀 점진적으로 스마트공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 불량품 샘플검사를 전수검사로 전환한 뒤 웨이퍼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확률적으로 몇 개만 골라내 불량률을 줄이는 대신 아예 전체를 조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스마트 산업혁명의 촉매 역할을 하는 핵심 스마트 기술과 기획ㆍ개념설계 등의 시제품 제작역량은 선진국 대비 취약한 실정이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와 융합신제품 생산에 필요한 센서, 빅데이터, IoT 등 핵심 스마트 기반기술은 선진국 대비 약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첨단 기술과 노하우로 무장한 선진 기업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며 "제조업 혁신은 우리에게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정부는 201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모두 24조원을 투입해 스마트 공장을 늘리고, 스마트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제조업 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켜 일본ㆍ독일 같은 제조업 선진국을 따라잡고 후발주자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 같은 스마트전략을 통해 2024년 중국과 일본ㆍ독일에 이어 수출액 기준 세계 제조업 리그 4강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다는 계획이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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