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요금 인상 공청회 무산

10일 오후 개최 예정...시민단체 회원들 '요식 행위 불과' 개최 막아

10일 오후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중교통요금제도개선공청회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제 보니, 박원순 시장님도 청와대에 앉아 계신 그분하고 똑같네요." 이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 듣고 있던 서울시 간부 공무원의 안색이 심하게 구겨졌다. 얼마 안 가 이 공무원의 입에선 "총무과에 (공청회장을 점거한)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절차를 알아봐라"는 말이 떨어졌다.서울시가 10일 개최하려던 대중교통요금 관련 공청회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시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지하철ㆍ버스 요금 대폭 인상을 앞두고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하는 한편 대중교통원가구조 합리화, 요금 조정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사전 요금 인상이 확정된 상태에선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회의 진행을 막는 민주노총 버스노조 서울지부, 노동당 서울시당 관계자 등에 의해 결국 무산됐다. 이들은 서울시가 수십개 예정됐던 각종 행사ㆍ공청회ㆍ토론회 등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 방지를 이유로 취소했으면서 유독 이 공청회만은 전날 개최 사실을 공지하는 등 전격적으로 강행하려는 이유를 캐물으며 회의 진행을 막았다. 시가 12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 대중교통요금 인상안 통과를 위해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명분을 갖추려는 목적으로 이날 공청회를 강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27일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연기하지 않으면 이날 공청회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당 서울시당은 최근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시민공청회의 조기 개최, 물가대책위에서의 요금 조정안 수정 약속 등을 요구하며 공청회 개최를 저지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이번 공청회는 요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원가 구조 합리와와 요금 조정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말장난 하지마라"는 비난만 받았다.시 관계자들은 "시간을 내서 이 자리에 와 있는 다른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공청회에서 충분히 발언 기회를 줄 테니 행사를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한시간 남짓 진행된 시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간의 실갱이는 결국 이원목 시 버스정책과장이 나서 "오늘 공청회는 여러가지 사정상 취소하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시는 경기도·인천시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버스 요금 150원~450원, 지하철 요금 200원씩 각각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말 시의회 의견 청취를 마쳤고, 12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민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버스 원가의 검증을 통한 도덕적 해이 및 예산 낭비 방지, 지하철 적자 원인 대책 미흡 등이 선결 과제라며 반발하는 의견이 많다. 시는 시의회 의견 청취안을 거치는 등 행정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도,인천시가 지난 3월 이미 주민 공청회를 실시했지만 시는 이날 공청회 무산에 따라 결국 직접적인 주민 의견 청취는 생략한 셈이 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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