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망고는 직진출 선언 이후 잇따라 매장이 폐점되며 입지가 좁아졌고, 자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망고코리아는 최근 매출 부진으로 명동롯데 영플라자, 창원 롯데 영플라자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망고의 현재 국내 매장수는 여의도 IFC몰점와 강남구 가로수길점, 잠실 롯데제2롯데월드점 등 서울 3곳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청주 각각 1곳 등 총 7개에 불과하다. 망고는 지난 2001년과 2003년 국내 첫 선을 보였다가 매출부진으로 사업을 접었고, 이후 2009년 제일모직과 손잡고 세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제일모직이 자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론칭하면서 결별, 망고코리아로 직진출에 나섰지만 점차 시장에서의 입지는 좁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 최대규모이자 첫 매장이었던 명동 눈스퀘어점을 접는 등 크게 휘청이고 있다.
그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던 자라코리아 역시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자라리테일코리아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라는 8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진출 이후 첫 적자다. 매출의 경우 2378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자라가 지난해 적자를 낸 가장 큰 이유는 100억원 규모의 관세추징금 탓이 가장 크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2013년과 비교하면 80% 이상 쪼그라든 수준이다. 매출성장율 역시 2009년 132.9%에서 2010년 67.5%로 밀렸고, 지난해에는 4.7%까지 줄어들었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의 한국 법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도 하향세다. H&M의 영업이익은 2013년 전년 대비 53.7%, 지난해 46.8% 줄었다. 매년 30~40%대 증가하던 매출은 지난해 1383억원으로 13% 성장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부진이 국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고객서비스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바일 쇼핑 등 유통 흐름을 제 때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신규 브랜드들이 등장, 시장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이랜드의 스파오·미쏘, 신성통상의 톱텐 등 토종 브랜드들과 일본 유니클로, 미국의 포에버21, 캐나다 조프레쉬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는 온라인(홈페이지)판매나 모바일 마케팅에 소극적"이라면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소비자들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외 SPA 브랜드가 낮은 가격대의 신소재와 기능성 제품을 내세워 출시되면서 가격경쟁력도 잃은 상태"라면서 "아시아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디자인 수요 등에 대한 조사 등 개선노력 없이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