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800억 줄인 비법은요…

오원규 GS건설 건축프리콘팀장프리콘으로 발주·시공 등 팀플레이미리 설계변경 리스크 차단 효율적

오원규 GS건설 건축프리콘팀장이 BIM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2007년 미국 건설사 터너가 뉴욕 양키스타디움을 짓고 있을 때 일입니다. 시공사 해당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공사를 하면서 600만달러를 아꼈다고 하길래 의아했습니다. 시공사는 공사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게 일반적인데 도리어 비용을 줄였다는 게 이상했던 거죠."(오원규 GS건설 건축프리콘팀장)통상 건물을 짓는 일은 발주처와 시공사간 '제로섬' 싸움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공사를 주문한 쪽이나 혹은 수행하는 쪽 가운데 어느 한편이 이득을 본다면, 상대는 그만큼 손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간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할 때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GS건설의 건축프리콘팀을 이끌고 있는 오원규 팀장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프리콘이란 프리 콘스트럭션(Pre-Construction)의 준말로 발주처나 설계자, 시공사 등 공사에 관여하는 다양한 주체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하나의 팀을 구성해 진행해 나가는 방식을 뜻한다.일반적인 공사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보면 발주처를 중심으로 설계와 시공, 협력사 등이 각기 따로 얽혀있는 반면 프리콘 방식을 적용하면 모든 주체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게 차이다.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방식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오 팀장은 2000년대 중반 해외 건설산업 연구차 미국 터너에 파견갔을 당시 이 같은 기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그는 "당시 공사비를 아낀 담당자는 '이렇게 비용을 아끼면 다음에 다른 공사를 주문할 때 우리 회사를 먼저 염두에 두고 계속 일을 맡길 텐데 그게 결국은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라고 하더라"며 "이런 문화가 있다면 기술자도 자부심을 갖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야구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은 빌딩인포메이션모델링(BIM) 방식을 적용해 비용을 줄였다. 원리는 간단하다. 설계단계부터 3D 방식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거친다.설계도면이나 시방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발주처는 미리 건물의 안팎을 가늠하고 쓰임새를 한발 앞서 정할 수 있고, 공사를 맡을 시공사나 협력사 역시 착공에 앞서 미리 설계변경 리스크를 줄이는 게 가능해진다.오 팀장은 "발주처나 설계ㆍ시공사가 당초 확정한 모델대로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지를 또렷이 파악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전문가가 도면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확인을 거쳐야 했으나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다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시공과정에서 원치 않는 설계변경은 흔한 일이다. 공기가 늘어나는 일도 다반사다. 그만큼 비용은 늘어난다. BIM과 프리콘방식으로 설계부터 각 공종간 간섭 가능성과 설계오류를 없애면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오 팀장은 강조했다. 프리콘방식으로 최근 국내에서 처음 수주한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의 경우 당초 공사비가 2600억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꾸준히 줄여나가 1800억원에 계약서를 썼다.오 팀장은 프리콘 방식이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복잡한 공사일수록 비용절감 효과가 더 크다"며 "프로젝트 참여자가 '갑을'이 아니라 모두 주체적으로 참여하면서 투명하게 진행한다면 서로간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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