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를 향해 쏴라

오진혁, 양궁 월드컵 1차대회 첫날 공동 3위 '최고령 올림픽 대표될 것'

오진혁[사진=김현민 기자]

[태릉=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남자 양궁 리커브의 간판 오진혁(34ㆍ현대제철)은 서두르지 않는다. 월드컵 1차 대회(상하이ㆍ5∼10일)는 컨디션 회복을 위한 무대다. 그는 "예열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0일까지 두 달여 동안 이어진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났다.회복은 더딘 편이다. 오진혁은 이번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극적으로 1진에 합류했다. 1, 2차 합계 10점으로 4위를 했지만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로 얻은 '우수선수 점수' 1.6점을 묶어 2위에 올랐다. 그는 "준비도 부족했지만 경쟁자들이 기복 없이 잘 쐈다. 마지막까지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오진혁은 지난 3월 3차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활을 바꾸기도 했다. 강원도 동해에서 이틀째 경기를 마치자마자 태릉선수촌에 가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쓴 장비를 챙겼다. 그는 "새벽에야 동해에 도착해 컨디션이 엉망이 됐지만 컨트롤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다행이었다"고 했다.그의 집념은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통하고 있다. 오진혁은 6일 참가자격라운드에서 691점을 쏴 이승윤(20ㆍ코오롱)과 함께 공동 3위를 했다. 김우진(23ㆍ청주시청)이 694점으로 1위, 구본찬(22ㆍ안동대)이 693점으로 2위를 달리는 등 한국선수들이 상위권을 접수했다. 오진혁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힘이 생긴다. 한국이 활을 잘 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실력은 월드컵 2차 대회(터키 안탈리아ㆍ26~31일)부터 보여주겠다"고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7월 26일~8월 2일)까지 컨디션을 되찾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심산이다. 뜻을 이루면 그는 올림픽에 나서는 국내 최고령 양궁선수로 기록된다. 현재 기록의 주인은 박경모(40) 공주시청 감독으로 33세에 2008베이징올림픽에 나갔다.

오진혁[사진=김현민 기자]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체력 유지에 힘쓴다. 달리기로 지구력을 기르고 큰근육 위주의 운동으로 허리를 단련한다. 오진혁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체력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선배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왜 가벼운 활을 들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근육량을 늘리고 싶은데 함부로 역기를 들 수 없어 고민이다. 체형이 바뀌면 화살을 조준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제부터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길은 다소 외로워 보인다. 대표팀에 고민을 들어줄 동료가 없다. 오진혁은 "바로 밑의 김우진이와 열한 살 차"라고 했다. 지난해 2월 결혼한 엄민경(34) 씨가 그에게 힘을 준다. 오진혁은 "아내를 위해서라도 꼭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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