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DIY 전성시대…'웬만한건 다 직접한다'

2015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DIY 리폼박람회를 찾은 사람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1. 초등학생 아이를 둔 가정주부 김모씨(44세)는 최근 아이와 함께 집근처에 있는 공방에 DIY 수업을 신청했다. 학창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김씨는 간단한 수납장이나 선반, 화장지함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 공방을 찾았다. 김씨는 우리 가족들이 사용할 제품을 저렴하게 직접 만들 수 있어서 좋고 아이와 좋은 추억도 함께할 수 있으니 더 좋다는 생각이다. #2. 1년 전 결혼한 회사원 박모씨(31세)는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문이나 벽 등 낡고 더러운 부분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견적을 내던 중 100만원을 달라는 인테리어 업체의 말에 직접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형마트에 가서 페인트와 롤러, 붓, 테이프, 비닐 등 작업용품을 직접 사서 작업을 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할 것 같아서다. 박씨는 필요한 용품을 사서 주말을 투자한 결과 힘은 조금 들었지만 10분의1 가격인 15만원 정도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처음하는 페인트칠에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집을 수리할 수 있어서 박씨는 큰 보람을 느꼈다.DIY(Do It yourself)족이 늘면서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사람부터 페인트칠이나 도배같이 전문가들이 주로 하는 일까지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DIY 관련 제품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페인트나 롤러, 시트지 같은 기본 제품은 물론 전동공구와 같이 일부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제품에 대한 개인들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페인트업체들의 수성페인트 판매량이 최근 1~2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성페인트는 유성페인트와 달리 냄새나 독성물질이 거의 없어 실내용으로 많이 쓰인다. 업계에서는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DIY족들이 최근 몇년 사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성페인트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DIY 리폼박람회에서도 늘어나는 사람들의 DIY에 대한 관심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박람회를 찾은 회사원 윤모씨(40세)는 "평소 직접 집을 손보고 고치는 것을 좋아해 행사장을 찾았다"며 "최신 DIY 제품에 대한 트렌드를 알 수 있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다양한 자사의 페인트 제품을 전시한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페인트칠 정도는 집에서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가정용 페인트에 대한 수요는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디아이와이는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의 약자로 가정용품의 제작과 수리, 장식을 직접 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5일제 정착으로 여가시간의 증가와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G마켓과,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DIY용 제품 판매량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2015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DIY 리폼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 직접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DIY족의 증가는 업체별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내 목공용 페인트 점유율 1위 업체인 조광페인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약 1900억원, 당기순이익은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42% 증가했다. KCC와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등 경쟁업체들 역시 같은 기간 실적이 좋아졌다. 페인트 뿐 아니라 공구업체들 실적도 개선됐다. 국내 전동공구 1위 업체인 계양전기는 지난해 매출액 2860억원과 당기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10%, 순이익은 9% 가량 증가한 수치다. 경쟁사인 보쉬코리아 역시 전동공구 판매가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DIY 리폼박람회에서 최신 전동공구를 전시하고 판매한 계양전기 관계자는 "몇년째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데 매년 박람회를 찾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용 전동공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이를 선점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DIY용 장판이나 벽지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해 KCC나 LG하우시스, 한화 L&C 등 관련업체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5일제로 여가시간이 늘고 합리적인 소비와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제품 수요 역시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KCC 등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시판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원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친환경 인테리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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