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지난해 말부터 급속 확산...녹색연합 '국가적 총력 방제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국의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간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의 가사 마저 바뀔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산림 지역에서 소나무 재선충이 급속히 퍼지면서 피해 면적도 일반지역에서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한 백두대간, 국립공원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도 무방비 상태다.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전국토로 퍼져나가는 기세다. 2011년 9개 광역, 46개 시군이었던 피해지역은 2012년에 10개 광역, 50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2014년에는 13개 광역 64개 시군으로 번졌고, 올해는 지난 20일 현재 13개 광역 시도 72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3년 안에 소나무가 한국의 산림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발생 현황
2013년 9월부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소나무 재선충은 그동안 주로 남해안지역, 경북 동해안지역, 제주도 등지에서 기승을 부렸다. 이에 정부도 2013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재선충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산림청과 광역 및 기초지자체 등의 협조를 받아 재선충 방제 작업에 나섰다. 재선충 피해에 제일 민감했던 제주도는 2013년 9월부터 국비와 지방비 포함 600억원 이상의 예산과 특별자치도의 많은 행정력을 동원해 재선충 박멸에 나섰다.정부는 이후 지난해 5월 소나무재선충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며 방제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소나무 재선충이 다시 급속히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11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비롯한 중산간 이하 지역에서 붉게 물든 단충처럼 소나무가 변해 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에서 소나무가 아예 사라지는 상황까지 염려하고 있다. 백두대간도 심각하다. 2013년 김천시까지 펴져 있던 재선충이 2014년에는 백두대간의 가장 대표적인 광역지자체인 강원도(정선)와 경상북도(영주)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울진ㆍ삼척과 함께 우리나라 금강소나무의 고향이자 근거지와 같은 태백산이 재선충에 의해 포위된 상태로 매우 위험한 지경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재선충이 영주와 정선군 사이의 영월군, 봉화군, 태백시 등으로 확산되면 백두대간에 재선충 권역이 형성되어 방제 자체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항공방제 모습. 산림청 헬리콥터가 남해안 소나무숲 위에서 제선충병 예방약제를 뿌리고 있다.
남해안 지역에선 김해시, 거제시, 기장군, 울산광역시, 마산, 창원, 진주까지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남해안 고속도로 주변은 아예 붉은색 소나무 전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남해안 지역에서 제일 심한 곳이 김해 거제다. 김해는 봉하마을 인근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주변의 소나무숲이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죽어 가고 있다. 김해시는 진영읍, 주촌면, 대동면 등 전 지역에 재선충이 퍼져나가고 있다. 김해에서는 방치된 훈증 무더기 주변의 고사목과 잔가지 등에서 재선충이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 주변 산림에서도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재선충이 발생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방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은 또 진해, 거제, 통영, 진주, 사천 등을 지나 광양, 순천 등 전남지역까지 급격히 퍼져 확산되고 있다 김해를 중심으로 동쪽의 부산, 기장, 울산까지, 서쪽으로 남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광주시, 포천군, 양주시까지 퍼져 북한산국립공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 남산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다. 국내 산림면적의 37%가 소나무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등 주요 지역에서는 소나무에서만 수확되는 송이버섯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양양부터 영덕까지 동해안과 봉화, 청송 등 지역에서는 1년에 수백억 원 이상의 현금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정밀한 현황파악 및 확산 분석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방제를 촉구하고 있다. 시군의 기계적 경계인 행정 구역에 얽매인 방제대책을 극복하고, 책임과 실행력이 담보되는 권역별 방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재선충의 최고 권위자인 교토대학교 후타이 교수는 최근 포항, 경주 현장을 둘러 본 후 "한국은 2015년 내에 재선충을 잡지 못하면 일본과 같이 실패 할 것이다"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녹색연합 관계자는 "2015년 재선충 방제가 분수령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남한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산림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가적 역량을 끌어 모아서 본격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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