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싹 빼고 심플하게'…포인트 적립 앱의 변신

최재승 스포카 대표

[최동현의 벤처, 운명의 그 순간] ⑬최재승 스포카 대표, 다양함보다 단순함으로 포인트 적립 서비스 실시…가입 매장 1800곳 돌파[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복잡하지만 정교한 서비스가 나을까, 단순하면서 간단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나을까' 2011년 가을 최재승 스포카 대표(31)는 고심에 빠졌다. 같은 해 5월 선보인 오프라인매장 포인트 적립 서비스 '스포카'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매장에 있는 큐알(QR)코드를 찍으면 친구와 함께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다. 매장에서 일일이 종이로 된 쿠폰이나 포인트 카드를 발급할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이 되니 대박을 예감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오판이었어요. 망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너무 복잡했죠. 소비자들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엄청난 혜택을 주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쿠폰을 적립하기 위해 앱을 일일이 다운받고 QR코드를 찍거나 하는 귀찮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점주에게 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죠." 최 대표는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데다 주변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해준 스포카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다. 주변에서는 출시 4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사람도 많았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실패'라는 이미지를 남기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최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겉치레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2012년 1월 도도포인트 개발에 착수한다. 스포카는 최 대표가 지난 2011년 5월20일 친구인 손성훈 공동대표(31)와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현재 오프라인 매장 포인트 적립 서비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코넬대에서 바이오메디컬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연관이 없는 정보기술(IT) 솔루션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SK케미칼 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평소 자주 다니던 커피숍에서 하는 포인트 적립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창업을 결심한 것. 도도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매장은 현재 1800곳이 넘으며 회원은 300만명에 달한다. "스포카를 11개월 만에 접고 도도포인트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앱 다운로드라는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요. 고민하다가 매장에 태블릿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적립은 금전적 혜택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재미나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재밌는 기능을 다 빼고 심플하게 디자인했어요." 도도포인트 서비스는 손님이 매장 내 계산대 앞에 비치된 태블릿에 자신의 전화번호만 누르면 곧바로 포인트가 적립된다. 별도의 멤버십 카드가 필요하거나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어 포인트 적립은 수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업주는 쿠폰 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의 생일이나 기념일 등에 할인 쿠폰을 발송하거나 방문 시간ㆍ선호 메뉴 등도 쉽게 알 수 있다. 최 대표가 홍대 인근 매장에 태블릿 200대를 무료로 설치해 도도포인트를 시험 서비스해보겠다고 하자 엔젤투자자들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한 대당 30만원 정도의 가격이 드는 태블릿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매장에서 이를 받아들일지가 더 의문이었다. 최 대표는 "투자자들과 매장 점주에게 일일이 찾아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며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면서 "200개 매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최 대표의 예상대로 거품을 뺀 도도포인트는 성공적이었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이 담겼던 스포카 앱에 비해 사용도가 14배나 증가했다. 도도포인트 이후 누적 투자금액도 지난해 9월 기준 40억원을 넘어섰다. 도도포인트를 이용하던 한 매장 점주가 일본에 호떡집을 열면서 일본 진출 기회도 얻었다. 지난달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은 최 대표는 자금 일부로 일본 법인을 세웠다.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 있는 매장 3곳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20곳에서 서비스한다. 최 대표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시장도 두드릴 것"이라며 "스포카의 최종 목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구글'이 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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