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엄마 서희경 '이래서 행복하다'

육아 삼매경 빠진 서희경 '엄마골퍼'로 컴백, 3~4월 복귀 목표로 체력훈련 돌입

서희경이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아무 것도 할 줄 몰랐던 내가…."

엄마가 된 서희경(29ㆍ하이트진로)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복귀한다. 국내 무대에서 간판스타로 군림하다 2011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선수다. 2013년 11월 결혼해 허니문 베이비가 생기면서 골프채를 내려놨고, 지난해 8월 아들을 얻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직장맘인 기자와 만나 육아 이야기에 푹 빠져 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다. 서희경이 2015시즌을 앞두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서희경이 달라졌어요"= 172cm의 큰 키에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필드의 패셔니스타'라 불렸다. 아기를 출산하고 가장 달라진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지금은 아예 헐렁한 옷밖에 없다"며 "아기를 안아야 하니 면셔츠만 찾게 되고, 귀고리 같은 액세서리는 꿈도 못 꾸는 동시에 화장도 거의 안 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 6개월 만에 미용실 나들이를 했을 정도다.

외모뿐 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부모님과 매니저가 있었고, 그저 골프에만 전념했다. "이제는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직접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면접까지 본다"고 소개했다. 은행원인 남편 국정훈(36)씨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를 위해 출근 때마다 한 가지씩 미션을 내줬다. 베이비시터 구하기도 이 가운데 하나다. 남편을 통해 세상에 눈을 떴고, 아이를 만나 행복에 젖었다. 시쳇말로 "깨를 볶는" 일상이다.

▲ "지방량은 최대, 근육량은 최저?"= 2006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서희경은 2008년 무려 6승을 쓸어 담았고, 이듬해 다시 5승을 추가해 '상금여왕'에 등극했다. 2010년에는 비회원 자격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클래식을 제패해 '신데렐라'가 됐고, 2011년 LPGA투어 신인왕도 수상했다. 준우승이 세 차례, 그것도 모두 연장전에서 패해 오히려 아쉬움이 남았다.

투어 복귀를 위해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바벨을 들어 올리는 서희경은 그러나 "오히려 약이 됐다"며 "엄마가 되면서 멘털이 저절로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당연히 지옥의 체력훈련이 먼저다. 오전 7시30분에 기상해 아들을 살피고 피트니스센터에서 10시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출산과정의 16kg을 감량하는 데는 성공했는데 체성분 검사에서 지방량은 내 인생 최대치, 근육량은 최저치라는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투어는 즐겁게"=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투어에 나서고 싶다. 미국으로 데려가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은퇴는 싫다. 남편이 큰 응원군이다. "나이를 먹고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라"고 지지했다.

목표를 물었더니 "시즌 3승, 상금랭킹 1위 등의 목표가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다"며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투어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서희경이 "내 인생에 갑자기 등장한 아이였지만 숨 막히는 투어를 떠나 1년을 쉬면서 골프를 차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정신적 충전이 됐다"며 "긍정적인 기운이 투어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곁들였다.

엄마가 된 서희경이 투어 복귀를 위해 지옥의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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