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구조조정, 뗄 수 없는 사이 된 까닭

자구(自求)와 좀비 사이…'수혈 링거' 들고 고민[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은 금융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대한전선ㆍ성동조선ㆍSPP조선ㆍSTX 등 조선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기업 구조조정은 지난해 쌍용건설ㆍ동양그룹ㆍ동부제철 등 경기민감 업종 전반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연말 끝자락 동부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연초부터 금융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발전해왔나=기업 구조조정은 쉽게 말해 부실(혹은 부실 징후) 기업을 정상화 시키거나 정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 기아, 현대그룹 등 대기업의 재무적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당시 64대 계열기업과 주채권은행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1998년 6월부터 1년 간 한보, 기아, 해태 등 총 304개의 대ㆍ중견기업 계열사가 정리됐다. 이후 대우그룹 사태와 현대그룹의 유동성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2001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제정, 제도 정비에 나섰다. 구조조정 절차는 크게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나뉜다. 워크아웃은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부실징후기업이, 법정관리는 파산위험 등에 직면한 D등급 기업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주도의 금융지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반면 법정관리는 법원 매각 등 자산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한다. 피해를 입는 규모도 다르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의 채권 즉, 협약채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빌려준 여신 이 외에 상거래채권 등은 손실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주주를 비롯해 무담보채권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위기발생 주기 단축…선제적 구조조정 늘어=최근에는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발생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자율협약 등의 선제적 구조조정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자율협약은 주로 기업신용위험평가상 부실징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B등급 기업에 적용된다. 기업과 채권금융기관들은 개별협약을 맺고 자율적으로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마련,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생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구조조정 전반을 지체하고 있다고 판단, 앞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중은 2010년 12.1%에서 2013년 12.7%에 상승했다. 좀비기업은 금융지원을 받는 잠재 부실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이 같은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지난해 기준 125곳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512개사)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국내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 악화되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넘는 기업은 2010년 41.9%에서 지난해 16.5%로 급감한 반면 5% 미만의 저성장 기업은 34.4%에서 59.5%로 확대됐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 비중도 2009년 16.7%에서 2013년 19.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역시 17.9%에서 22.6%로 늘었다. 구조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이 회복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건설ㆍ해운ㆍ조선ㆍ철강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이자보조, 만기연장 등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한 산업의 좀비기업 자산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지면 해당 산업의 정상기업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은 각각 0.53%포인트, 0.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 만큼 좀비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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