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FTA타결로 생산기지에서 유망시장으로 부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베트남 FTA 협상타결로 그동안 우리기업의 생산기지로만 인식되어 왔던 베트남이 유망시장으로 떠올랐다. 우리 간판 수출품목인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 LCD/LED TV 등 고급 가전제품을 비롯해 일부 자동차 부품, 화물차용 타이어 등이 특혜관세를 받으며 베트남에 상륙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화장품, 전기밥솥, 믹서기, 전기다리미 등 우리 중견·중소기업 제품이 관세인하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며 약진할 전망이다. 11일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최근 한류 인기로 한국산 소비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높은 관세율로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에 비해 시장을 확대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어 왔다. 소형가전을 수입유통하는 베트남 다이팟록토社의 쭝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 소형가전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여성 소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으나, 최대 25%의 높은 관세 탓에 유명 명품 브랜드보다 높은 소비자가격이 책정되어 전면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했었다. 또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의 소매유통 체인이 베트남에 속속 진출하면서, 한국산 소형가전을 수입하여 현지에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으나, 이도 역시 높은 관세로 가로막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류스타가 홍보하는 'Made in Korea' 제품을 명품처럼 다루는 베트남 젊은 여성들에게 이제는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소득이 높아지고, 교육받은 엘리트층이 두터워지면서 베트남 보육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던 차에 한국산 분유에 대한 베트남의 관세철폐도 기대되는 소식이다. 연간 100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날 뿐 아니라, 중국산 등 저가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앞으로 한국제품을 찾는 베트남 젊은 엄마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화물차, 화물차용 타이어,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시장기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화물차, 버스 등이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현대가 만든 트럭이 현지에서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열악한 도로사정과 과적 등의 관행으로 타이어 및 부품교체 수요가 매우 많다. 베트남에서 상용차용 애프터마켓 부품을 취급하는 쿵마이社는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에 비해 한국산 타이어와 제품은 이미지가 좋고, 품질이 안정적이어서 관세인하 효과를 십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도시, 주택건설 붐으로 수요가 많아지는 베트남 건자재 시장에서도 한국제품을 향한 훈풍이 예상된다. 그동안 베트남에 수출하고 싶어도 품질인증을 베트남 현지에서 별도로 다시 획득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높은 인증획득 비용 때문에 우리기업이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번 FTA에서는 우리 KS마크를 베트남에서 인정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견?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건자재 업계에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한편, 베트남 바이어들은 이번 FTA를 활용해 한국산 수입을 늘릴 움직임이다. KOTRA가 최근 베트남 바이어 1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FTA 관세인하가 이루어지면 대한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자가 95%에 달했다. 이 중 10% 이상 수입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3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83%의 응답자가 관세인하로 한국산 제품가격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한국기업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경쟁사에게 이중가격을 제시하는 등의 좋지 않은 관행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와 상생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뼈아픈 충고도 적지 않았다. 또한 현지의 높은 한류인기가 최고의 마케팅 무기가 되고 있는 만큼, 지속성장가능한 한류콘텐츠 개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베트남에 투자진출한 우리기업은 약 3천개사로 추산되며, 이들은 대부분 베트남 내수시장 보다는 아세안, 미국, 유럽 등 제3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수출용 원부자재는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FTA 관세인하의 이익은 직접적으로 누릴 수 없으나, 양국간 교역확대로 현지에서 한국제품 인기가 높아지면, 이에 따라 현지 비즈니스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근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게까지 한국제품의 인기가 확대되면,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시장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포석이 될 수 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베트남은 아직 1인당 소득이 3000달러 정도지만 소비시장의 성장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며, 소비패턴이 고급화되면서 대형 쇼핑센터, 유명 프랜차이즈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명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고소득층이 있는 반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아직도 가격을 가장 중요한 구매요소로 꼽고 있다며 이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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