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상상과 과학기술, 창의적 융합의 미래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미래예측본부장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상상이라고 한다. 살면서 한 번도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내 맘대로 그려본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1870년 프랑스 작가인 쥘 베른은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잠수함으로 해저를 탐험하는 '해저 2만리'라는 소설을 썼다. 이후 1897년 미국의 조선기술자가 만든 잠수함이 항해에 성공함으로써 이 소설 속 상상은 현실이 됐다. 심술통, 철인 캉타우라는 만화로 유명한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21세기를 상상하면서 그린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의 미래 상상도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집, 전기자동차, 소형 TV 전화기, 원격진료 등이 등장한다. 그 상상도에 포함된 대부분의 모습들이 21세기인 현재 현실이 돼 있다.  이렇듯 유명 작가와 만화가의 상상도 있지만 의식주와 같이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것과 관련된 일반인의 상상이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어린 시절에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지문을 인식해 현관문이 열린다든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재킷, 식품이 부패하면 색깔이 변하는 포장지 등이 그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상상을 현실로 가능하게 할까?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포럼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사례로 섬유와 정보기술(IT)의 융합이 소개됐다. 섬유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반짝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을 통한 압력 전기 섬유, 압력 센서를 활용한 전자피부 섬유 등의 소위 IT 융합 스마트 섬유의 개발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전자 장비가 들어간 섬유로 '골프 자세교정 셔츠'를 만든다면 골프를 치면서 자세가 잘못됐을 경우 계속 진동이 이어져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어떨까? 과학기술과 예술 모두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시작되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이 둘은 원래 한 뿌리였는데 19세기 이후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기술은 세상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창조로, 예술은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창조로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고 한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의 좋은 사례가 바로 미디어아트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예술은 혁신적인 기술을 받아들이고, 기술은 그 활용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미디어아티스트인 방현우 작가는 '구름을 만질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공을 던져서 유리벽이 깨지는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연속 파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해와 다양한 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아이폰을 만든 영감의 원천이 이 둘의 융합이라고 한 스티브 잡스 덕분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처럼 상상과 아이디어는 과학기술 분야들끼리뿐만 아니라 인문학, 그리고 예술과 융합하여 창의성이 돋보이는 제품이나 작품으로 또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혁신으로 열매를 맺게 된다. 얼마 전 세계적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는 '촉매기술'을 강조했고 그 예로 3차원 프린터, 무인자동차, 드론, 가상현실 기기 등을 꼽았다. 이들 촉매기술의 현실화에 의한 새로운 산업의 탄생에는 과학적 상상과 창의적 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과학적 상상은 언젠가는 현실이 된다. 과학기술, 인문사회 그리고 문화예술의 융합을 통해서 언젠가가 더욱 의미 있는 미래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미래예측본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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