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혼돈의 주택시장통계만 40%+숨은 半전세=월세비명 들린다주변에 대단지 없거나 역세권인 도심 전세 씨말라[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하는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10월까지 임대차 거래를 종합한 결과 전월세 주택 중 월세 비중이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올해 이사를 하거나 재계약해 확정일자를 새로 받은 세입자 10가구 중 4가구가 월세 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2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읍ㆍ면ㆍ동 주민센터를 찾아 월세 계약서를 내고 확정일자 도장을 받아간 건수는 50만9386건이었다. 이는 전체 확정일자를 받은 123만5685가구의 41.2%에 달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월세 비중이 가장 높다. 서민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돌려받을 수 없는 월세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며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아울러 내수 진작이라는 정책 목표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10채 중 4채가 월세…실제론 50% 넘을 가능성= 2012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숫자는 132만3827건이다. 이 중 전세는 87만3705건, 월세는 45만122건으로 월세 비중은 34.0%를 차지했다. 이랬던 것이 지난해에는 월세 가구가 54만388가구로 9만266가구 늘었다. 올 들어서도 월세 가구는 10월까지 50만가구를 넘어섰다. 월세 가구 증가율도 가파르다. 올해 전국 월세 비중은 41.2%로 7.2%포인트, 증가율로는 21.2% 늘었다. 신도시 등 공급이 많았던 탓인지 월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인천ㆍ경기는 2012년 28.9%에서 올해 36.8%로 27.5% 증가했다. 서울에서도 월세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40%를 돌파한 40.3%로 2년 전에 비해 21.4% 늘었다. 지방의 월세 가구 증가율은 15.9%로 수도권에 비해 낮았지만 월세 비중은 46.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월세 가구가 통계치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반전세로 전환한 가구 대부분은 보증금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재계약 때부터 월세를 내면서도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다"며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늘고 있는 월세 원룸 세입자나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 중 임대인의 권유로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월세 가구 비중은 통계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0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가구의 점유형태'를 보면 4년 전 이미 월세 가구는 전체 세입자의 절반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전국 월세 가구는 211만3000가구로 세입자 중 34.3%를 차지했으나 2010년 372만가구로 가구 수도 폭증했고 비중도 49.7%로 절반에 육박했다. ◆도심ㆍ역세권일수록 전세 물건 고갈 심해= 최근 도심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전세 물건 고갈현상을 보면 월세 비중은 전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전세 물건 고갈 현상은 주변 지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없거나 역세권 등 도심지역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났다.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마포구 연남동 K아파트(466가구)의 경우 26일 네이버 확인매물 기준 단지 전체에서 월세는 5건이 등록된 반면 전세는 대형평형인 전용면적 150㎡짜리 단 한 개만 나와 있다.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인 영등포구 양평동3가는 전용 59㎡ 중 전세와 월세 물건은 각각 11건으로 숫자가 같았다.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중구 신당동의 109㎡ 이하 아파트 중 전세는 34건에 불과한 반면 월세는 2.5배가 넘는 88건 달했다.신당동의 경우 남산타운(임대 제외 3116가구), 약수하이츠(1598가구), 청구e편한세상(895가구) 등 동네 전체에 아파트는 1만가구가 넘고 수요도 많지만 그나마 전세 물량은 적어 최근 전세난을 짐작케 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준비에 나선 정재웅(34)씨는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얻으려니 전세 물건이 없을 뿐더러 부르는 게 값일 만큼 가격이 높았다"며 "출퇴근이 힘들더라도 외곽에 집을 얻거나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을 얻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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