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토리 벤처, 운명의 그 순간]⑤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각종 대회 상 휩쓸었지만 투자자 없어 막막하던 그 때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돈 다 떨어졌지?"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31)는 순간 멍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매섭게 춥던 어느 날 하태훈 DSC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집 근처에 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나가보니 양손 가득 과자 봉지를 든 하 상무가 "어떻게들 일하고 있는지 보러왔다"며 웃고 있었다. 둘은 정부의 글로벌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멘토와 멘티 사이다. "매일 저와 멤버들을 불러 소고기만 사주셨지 한번도 일터에 오신 적이 없었어요. 갑자기 찾아오셔서 깜짝 놀랐죠." 일터라지만 방 두 개짜리 월세방이었다. 당시에는 '말랑 스튜디오'라는 이름도 없었고 대학생 5명이 모여 개발에만 매달리는 아마추어 조직이었다. "다음 달 내야할 월세조차 없던 때였어요. 멤버들한텐 잘 될 거라는 희망만 주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막막한 상황이었죠." 좁은 방 한쪽에 자리잡고 앉은 하 상무는 대뜸 "상금 다 떨어졌지?"라고 묻고는 "투자 진행할 테니까 법인부터 세우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너무 놀라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들이 뭉쳐 일한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돼가던 시점이다.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 상금도 많이 탔지만 기대만큼 사업에 진척이 없어 시간 날 때마다 대리운전, 강사일 등을 해가며 버티고 있었다. 말랑스튜디오는 국내 1위 알람 애플리케이션 '알람몬'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창업을 해보자' 하고 모여서는 하루 20시간씩 개발에 매달려 당뇨병 치료 헬스케어 앱 등 대여섯개 아이템을 개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용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웰메이드'에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전략을 수정했다. '무엇'에 방점을 찍었다. 이용자들이 휴대폰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찾은 것이 알람이다. 사양한 사운드와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방식을 도입해 행동과 관심을 유도) 방식을 도입한 알람 끄기 등이 고객 니즈와 맞아떨어지면서 알람몬은 출시 6개월 만에 국내 알람 앱 1위에 등극했다. 글로벌 K스타트업 선발대회 우수상, 구글초이스상, 청년기업가대회 '인기상' 등 각종 상도 휩쓸었다. " 그러나 알람몬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흔쾌히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저희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죠." 이들 모두 삼성전자에 합격한 상태로 졸업 후 취업이 보장돼 있다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실컷 투자했는데 잘 안되면 도망가 버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던 차에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한 글로벌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도전해 최종 상위 5개 팀에 들면서 미국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야심차게 갔던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은 또 한번 처참한 실패를 맛본다. "자만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희는 미국인들이 우리 고객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던 거에요." 당시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자 멘토로 만난 이가 하 상무다.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 DSC인베스트먼트로로부터 투자약정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진출 실패 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하 상무는 가끔 불러 소고기만 사줄 뿐 반년이 다 돼도록 투자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역량이 안돼 그러려니 하면서 개발에만 매달렸다"고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서 다들 우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어떻게 투자할 생각을 했냐고 여쭤보니 우리가 '회사가 잘 안되면 캐릭터 그려진 티셔츠라도 만들어 동대문에 가서 팔 것 같았대요." 말랑스튜디오 직원들의 강점은 지금도 그대로다. 남들이 한번 해보고 포기할 걸 두 번 세 번 될 때까지 도전하는 것. 미국 실패 후 해외마켓에 대한 철저한 분석 끝에 중국과 동남아, 브라질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알람몬의 다운로드 수는 총 1500만에 이른다. 특히 중국에서만 1000만건이 다운로드됐다. 말랑스튜디오는 중국 휴대폰 업체 샤오미와 공동 개발 중인 알람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샤오미 캐릭터가 탑재된 '알람몬 for 샤오미'다. 김 대표는 "샤오미 회사 직원이 우연히 알람몬을 써보고 말랑스튜디오에 '정말 좋다'는 고객문의를 남긴 것을 계기로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면서 "향후 파트너십을 더 강화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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