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무등산 되찾기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무등산(無等山)은 상서로운 산이다. 정상 가까이에 있는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이 기운을 내뿜는다. 하늘 향해 세워진 원기둥 모양의 절리에는 입석대(立石臺)ㆍ서석대(瑞石臺) 등 이름이 붙었다.  국립공원 무등산 정상에는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하고 있다. 공군부대는 1966년 이후 약 50년 동안 무등산 정상을 차지했다. 전국 21개 국립공원 내 유일한 대대급 이상 군 시설이다.  군 부대가 주둔한 무등산 정상은 광주 시민과 등산객에게 제한적으로만 개방됐다. 2011년 5월 처음 열린 이후 11차례 등산객 접근이 허용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27일 개방됐다. 이날 무등산을 찾은 등산객 중 7000여명이 정상에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광주 시민과 지역언론은 군 부대를 이전해 무등산을 지역민과 등산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지난달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공군이 방공유도탄 전력을 트럭에 실어서 기동할 수 있고 임시기지 대응도 수월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로 대체하기로 계획하고 있는 만큼 무등산 방공포대를 계속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등산 원상 회복과 함께 검토할 일이 무등산에 제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무등산의 이름에 착안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중앙일보ㆍ2010.10.6) 무엇 하나 뽐내지 않고 오로지 둥글둥글한 평상심의 무등./하지만 단 한 번도 비굴하게 고개 숙여본 적 없는 영구 지존의 무등./이 무등 있어 무등 아래의 삶 고단하건만 드높다./이 무등 있어 무등 평등의 날이 기필코 오고 있다./이 무진 무궁의 무등 있어 무등 오르는 길이 있다.  고은 시인처럼 '무등'을 '등급이 없는'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해발 1187m인 큰 산 이름을 '등급이 없다'는 뜻으로 지을 리 없다. 무등산이라는 이름은 고려 때 명칭 서석산(瑞石山)에서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무등산은 '상서로운 돌산'이라는 뜻이다. 이 뜻을 우리말로 부른 이름이 '무돌산'이었다. '무지개(상서로운) 돌이 있는 산'을 뜻했다.  무돌산을 한자로 쓰면서 뜻이 아니라 음을 차용해 무등산이 됐다. 따라서 '하도 좋아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거나 '들쑥날쑥하지 않고 펑퍼짐한 산'이라는 뜻풀이는 근래에 붙게 된 것이다.(정민ㆍ'한시미학산책') 무등산이 시민에게 되돌아오면 원래 이름 무돌산으로 불러주면 어떨까.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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