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최근 유럽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이웃나라끼리 피를 흘리며 싸우던 전통(?)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그 이후 '하나 된 유럽, 전쟁 없는 유럽'을 최고의 가치로 내거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었다.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나라는 달라도 돈은 같이 쓰자'는 최적통화지역 이론의 아이디어를 유로라는 새로운 통화를 통해 구체화시킨 지 15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공통통화 시스템은 유럽 재정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좌초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의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같은 화폐를 사용하다보니 형편이 나아지는 국가들과 어려워진 국가들 간의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유로화 출범 이전에는 경상수지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힘든 모습이었지만 유로가 출범한 이후 10여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남부유럽 국가들은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이를 민간부채와 정부부채를 통해 해결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이렇게 생성된 부채로 인해 위기를 당하고 경제가 힘들어져 버렸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25% 수준, 그리고 청년실업률은 50%에 달하는 등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에 대한 지원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독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들 국가에 대해 재정긴축과 부채축소를 요구하면서 스스로도 재정긴축을 시행하다 보니 유럽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이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독일은 이러한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취약국에 대한 지원요구를 피해가려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 유로존의 재정취약국 기업들이 지분을 매도하여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남유럽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고 이렇게 공급되는 차이나머니가 유럽경제에 일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중국판 마셜플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유럽 직접투자(FDI) 규모는 2010년에 60억유로 정도였는데 2012년에는 270억유로까지 증가하였다.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는 지난 7월 이탈리아의 국영 에너지 수송망 기업인 CDP 레티(Reti) 지분 35%를 인수하는 데에 21억유로를 투자한 바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3년간 총매각자산 규모가 92억유로에 달했는데 이 중 45%가 중국으로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푸싱(Fosun)그룹의 경우 금년 초 포르투갈 최대 보험사인 카이사 세구로스(Caixa Seguros)의 지분 80%를 10억유로에 매입하였다. 이는 중국 지도부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22일 시진핑 주석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벨기에 4개국을 국빈 방문했는데 중국 국가주석의 독일 방문은 8년 만이었고 벨기에는 27년 만이었으며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아프리카의 자원과 농업에 투자를 하던 중국이 이제는 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그 영역을 유럽에까지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도 노령화와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 해외자산 취득을 통한 자산국가로의 전환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눈을 세계로 돌려 유럽과 중국 등의 움직임을 연구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고 이를 실천하되 방어적인 전략과 공격적인 전략을 잘 섞어가면서 지혜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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