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강소기업이자 혁신기업으로 꼽혀온 모뉴엘이 지난 20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기 어렵다는 이유다. 모뉴엘은 지난해 1조273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08년 739억원이던 매출이 5년 만에 17배로 불어났다. 감각적인 PC, 로봇청소기 등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업의 틈바구니에서도 세계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모뉴엘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이 의문이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의 수출 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자금난에 빠졌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모뉴엘의 재무구조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나쁜 편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영업이익 1104억원, 당기순이익 601억원에 부채비율도 177%로 높지 않다. 금융권에서도 별다른 부실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업계에선 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가공매출 의혹을 제기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컸지만 지난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실제 회사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박홍석 대표 등 경영진이 잠적해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관련 의혹에 대해 금감원 감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니 진상이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이 큰 돈을 대주고도 이번 사태에 캄캄한 것은 문제다. 대출심사도,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 대출액만도 6100억원에 달한다. 무역보험공사도 3300억원가량을 보증섰다. 모뉴엘 협력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자회사인 잘만테크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모뉴엘 경영진은 사태의 실상을 밝히고 수습에 나서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벤처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혀온 모뉴엘의 몰락은 안타까운 일이다. 벤처 생태계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더 그렇다. 기술력이 있어도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없이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강소기업들이 실패하지 않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모뉴엘 좌초를 교훈삼아 한국 벤처산업의 현주소를 직시하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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