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국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서울시 국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재연 기자, 유제훈 기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잠룡 1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시 2014년 국정감사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14일 오전 서울시청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감에선 제2롯데월드ㆍ송파지하차도 등의 안전 문제와 박 시장 측근 및 서울시 공무원들 출신 인사들의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임용 등을 주요 쟁점으로 여야간 공방이 진행됐다. 하지만 기존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을 재확인하거나 공방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돼 시종일관 맥빠진 분위기였다. 특히 눈에 띄는 새로운 '폭로'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만한 날카로운 질의가 없었다.이에 따라 지난해 한밤중까지 이어졌던 국감은 의원들의 추가 질의 요청이 나오지 않아 오후 7시를 조금 넘겨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날 서울시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역시 석촌지하차도에 서 지난 8월5일 발견된 싱크홀이었다. 먼저 강기윤 새누리 당 의원은 "회의록을 보면 감리단, 시공사 등은 (석촌지하 차도 하부 지하철 9호선 건설시) 수평 그라우팅(grouting) 은 위험하고 수직공법을 선택해야 안전하고 튼튼하다고 얘 기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서울시는 수평공법을 선택한 이 유는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 지하철 공사는 당시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공법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시공사가 책임지게 돼 있다"고 답했다. 반면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어진 증인 심문에서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에게 "수직공법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이미 사용 중인 지하차도에 44개의 구멍 을 내야 해서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물으면 서 박 시장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속한 학회가 롯데측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발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 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롯데에서 발주한 용역을 받은 하천학회 부회장인 박 교수가 조사단장 이 됐는데 정상적 조사가 가능한지 의문이다"라며 "실제 박 교수는 용역을 전후로 제2롯데월드 인근 석촌호수 수위와 관련된 입장을 바꿨는데 어느 시민이 이를 믿겠나"라고 꼬 집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몰랐던 사실이다"라면서도 "조사단의 경우 박 교수 외에도 다른 전문가들도 많을 뿐더러, 항상 중요한 결정 낼 때는 찬반양론을 두고 숙의해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진 의원도 참고인인 박 교수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롯데 측으로부터 받은 용역이 판단에 영향을 줬나"라고 물은 후 '관계없다'는 발언을 끌어내 맞서기도 했다. 시립대 초빙교수 임용 문제를 두고서도 여당 의원들이 날선 공격을 펼친 반면 박 시장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여당의원들은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들 가운데 서울시 출신들이 과도하게 많다며 박원순 시장의 '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임용된 초빙교수 35명 가운데 절반인 16명이서울시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노근 의원은 "야권단일화에 참여했던 최규엽 씨가 지난 4월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한 뒤 시립대 초빙교수로 500만원을 받고 있다"며 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도시과학연구원에 있던 분, 기후환경본부장, 행정1부시장,정무부시장, 경제진흥실장 등이 (시립대)초빙교수에 포함돼 있다"며 "시장측근에 있는 사람을 강의도 안하고 연구목적으로 월 400~600만원을 받는 자리에 앉혔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박 시장은 "초빙교수는 교수 19명이 추천한 (시립대)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전혀 이들을 추천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초빙교수제는 2005년 7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 시작된 것"이며 "현장의 전문지식을 교육과 접목시키려는 의도(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초빙 교수 제도의 인사 시비를 막기 위해 시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직자들의 경험을 초빙교수라는 제도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초빙교수의 연구성과를 공개하게 한다든지 초빙교수 시비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서울시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용시 새누리당 의원이 박 시장의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관련해 "왜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한 피의자들을 약식기소해달라고 요청했냐"고 묻는 등 의혹 재점화에 나섰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시장이 "여러 과정을 거쳐 이미 해명된 문제다. 그런데 죄없는 가족들의 문제를 이렇게 끌고 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고, 여야 의원들은 서울시 국감에 박 시장의 개인적 문제에 대해 질의하는 것이 적절하냐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한편 이날 국감 시작 직전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의자가 무너져 손가락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됐다.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었고, 옆자리에 있던 임수경 의원이 의자 교체를 해주지 않는 서울시 측을 탓하며 자연스럽게 재난예방안전 예산 문제를 질의하기 시작하는 등 순발력을 선보였다. 임 의원은 이밖에도 제2롯데월드 미니어쳐를 만들어 질의에 활용하는 등 성의있는 질의를 통해 주목받았다.이날 국감에서는 또 시작 전 국회의원들의 입장시 서울시 공무원노조가 '국감 폐지' 등이 씌어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5년래 공무원 노조 활동자료 다 가져오라"고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등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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