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와 경제 구조개혁 문제를 놓고 며칠째 장군멍군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된 현 상황에선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며 한은에 추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이 총재는 재정 확대와 금리인하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구조개혁을 제대로 실행하라며 맞섰다. 최 부총리가 먼저 장군을 뒀다. 지난 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호주에서 기자들에게 이 총재와 와인을 한 잔 했다면서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고 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통화정책을 두고 눈을 맞췄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은은 단둘이 아닌 여럿이 함께한 자리였다고 진화했다. 귀국한 이 총재가 지난 24일 멍군을 뒀다. 연구기관장 등과 함께 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G20 회의 참석자들이 성장률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독일 재무부 장관이 '바보야, 문제는 (구조개혁) 실천이야'라고 했다는 말과 함께. 한은은 앞서 23일 내외금리 차가 7년 만에 최저라는 보고서도 냈다. 미국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세인데 비해 한국은 지난해 5월과 올 8월 기준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하락해 금리 차가 좁혀짐으로써 금리인하 여지가 별로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최 부총리가 어제 기자들과 만나 "환자를 수술하려면 먼저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 총재의 구조개혁론을 되받았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존재 이유와 양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정책 대응에 대한 의견 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기관의 영역 및 수장 간 자존심 다툼에 기인해선 안 된다. 금리를 포함한 통화정책이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간 입씨름으로 결정할 일인가.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ㆍ환율ㆍ내외금리 차 등 경제 변수와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일이다. 냉각된 투자ㆍ소비심리를 살려 저성장을 극복하고 건강한 경제를 구축하려면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구조개혁 없는 경기부양책은 반짝 회복에 그치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말다툼이 아닌 토론을 통해 정책의 접합점을 찾을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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