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적고 너무 늦은' 에볼라 백신

판단 미숙·안일한 대처…'호미로 막지 못하고 가래로 막는' 지경에 이르러

▲양도 적고 너무 늦어버린 에볼라 백신.[사진제공=사이언스/Loredana Siani/Okairos]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질문: 에볼라 백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답: "양이 적고 너무 늦었다."해외 과학매체들이 최근 '미국, 에볼라와 전쟁에 나섰다' '국제공조가 강화되고 있다' '적극적 대처가 뒤따를 것'이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언스지는 최근 에볼라 백신의 가장 기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이언스지는 16일(현지 시간) '에볼라 백신: 적고 늦었다(Ebola vaccine: Little and late)'는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이번 에볼라 사태의 가장 큰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안일한 판단과 대처'를 꼽았다. 에볼라는 예전부터 발생했고 아프리카의 소외되고 작은 지역에서 발병했다 사라졌던 것으로 진단해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탁상행정'이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단일세포 항체나 백신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병력을 투입하고 지원 예산도 늘리고 있다.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HS)는 실험 중인 약과 백신을 빨리 생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HHS의 한 관계자는 "에볼라 관련 약과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백신 생산과정에 많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고 무엇보다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벨기에에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제약업체. 가장 앞서 있는 에볼라 백신 개발업체 중 하나이다. GSK는 현재 에볼라 백신에 대해 인간을 대상으로 1임상 실험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올 연말쯤 1만명의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11월에야 의료진에게 백신을 주사할 수 있다. GSK가 백신 임상실험에 늦은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한몫했다. 지난 3월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 GSK 관계자는 WHO에 연락을 취했다. 당시에 WHO의 그 누구도 에볼라 백산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WHO 측은 GSK의 에볼라 백신개발에 대해 "감사하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만 답했다. WHO 조차 에볼라가 지금처럼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링크 제네틱스(NewLink Genetics of Ames) 업체. 이 업체도 에볼라 백신을 갖추고 있는데 1500명분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백신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WHO가 발병 초기 적극 나섰다면 이번과 같은 대확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WHO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후약방문'으로 대처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제약업체들은 시장성만 지켜보고 있었을 뿐 적극 나서기를 꺼렸다. 미국 정부가 군부대를 파견하고 백신개발에 수억달러의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지금 에볼라 백신은 '적기도 하고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늑장 대처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WHO는 물론 전 세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볼라 차단에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전 세계에 에볼라 공포가 덮칠 것이란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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