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흡연율 감소는 잠깐뿐'

복지부 통계, 가격정책 효과 1~2년뒤면 소멸…'증세없는 세수 확보 아니냐' 비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부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담뱃값을 1500~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가격 인상'이 흡연율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증세 없는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정부는 담배값 인상이라는 가격정책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57.8%에 달했던 한국의 성인 남성 기준 흡연율이 담뱃값 500원 인상 이후인 2006년에는 45.9%까지 11.9% 하락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담뱃값 인상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흡연율은 2007년 45.1%로 저점을 찍은 이후 2008년(47.7%)부터 다시 상승ㆍ하락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단순 통계로만 보면 가격정책의 효과가 1~2년을 넘기지 못한 셈이다.이와 관련해 지난 10년간의 흡연율 감소가 가격정책보다는 금연정책 등 비가격정책과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흡연자 동호회) 대표운영자는 "담뱃값 인상이 약간 영향을 주긴 했지만, 지난 10년간의 흡연율 감소는 공공장소ㆍ음식점 금연 등 비가격정책의 효과로 봐야 한다"면서 "담배값이 오르면 2005년처럼 당분간이야 흡연율이 떨어지겠지만 사재기 물량이 돌아오면 다시 흡연율이 오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이 저학력ㆍ저소득층의 흡연율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복지부 국민건강영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의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 하위 계층의 남성의 흡연율 감소폭은 15.2%로 그보다 상위계층(19.3~21.3%)에 비해 낮았다. 특히 하위계층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흡연율이 오히려 1.2% 상승했다. 2005년 담뱃값 인상 1년 뒤에 실시한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지난 1년간 금연 시도가 없었던 초졸ㆍ중졸 흡연자의 비율은 50.8~53.8%로, 고졸ㆍ대졸의 45.9~48.4%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가격탄력성으로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줄일 수 있다'는 복지부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담배 동호인ㆍ조세 관련 단체에서는 이번 담뱃값 인상 시도가 '증세 없는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운영자는 "가격효과를 보려면 성인층이 접근하지 못할 가격수준으로 인상돼야 하지만, 인상 규모가 2000원에 그친다는 것은 세수 확보가 주요 목적임을 방증한다"며 "차라리 세수가 부족하니 (가격 인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면 흡연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도 "복지부 논리대로라면 담배값 인상이 없었던 2009~2012년에는 물가상승률만큼 담배값이 하락한 셈이어서 흡연율이 오히려 상승했어야 한다"며 "오래 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소득층을 복지재원 마련의 1차 대상으로 삼아 복지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정부의 담배값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흡연자ㆍ조세 관련 단체의 주장은 2004년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당시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연일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이 감소했다고 선전하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 금연자의 92.1%는 가격 이외의 요인 때문에 금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수확충의 목적 아래 이뤄지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고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995년 국민건강영양법 시행 이후 흡연율 감소 추이를 보면 가격정책의 효과가 분명히 드러난다"며 "2008년 이후 나타난 흡연율 증가는 2004년에 있었던 담배값 인상의 가격효과가 무뎌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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