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데 이어 오후 1시, 대전 가톨릭대 '아시아청년대표들과의 오찬'을 진행했다. 오후 5시30분에는 당진 솔뫼성지에 도착,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다. 대회에는 2000여명의 아시아청년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당진 등 순교의 성지를 순례하던 중 교황과 만나기 위해 솔뫼성지에 집결했다. 행사 후 아시아청년들은 대회 주제인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빛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에 맞게 성지 순례를 계속한다.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주관 교구인 대전교구는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를 관할한다. 대전교구에서는 1770년대부터 충청도 내포 사람인 이존창이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천주교 공동체가 탄생했다.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두 번째 사제 최양업(토마스)의 출신지이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가 탄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의 교우촌과 순교지 등 19개 성지가 있다.아시아청년들과 만난 교황은 청년들에게 "말씀의 진리와 은총의 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영적인 힘을 결코 의심하지 말라"며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에서 교황이 행한 연설 전문이다.<전문>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4). 이는 성 베드로 사도가 타보르산에서 영광 속에 변모하신 주님께 드린 말씀입니다. 정말 우리가 오늘 이곳, 한국 교회 초기에 주님의 영광을 드러낸 순교성지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아시아 전역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인 이 대회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영광이 우리 가운데에 계심을, 모든 국가와 언어와 민족을 포용하는 교회 안에 계심을,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젊게 살아있게 하시는 성령 안에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환대와 열정, 즐거운 찬양, 신앙 고백, 그리고 여러분의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보여준 아름다운 공연에 모두 감사 드립니다. 특별히 여러분의 희망과 문제와 관심사들을 저와 함께 나누었던 세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마음속에 간직하겠습니다.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의 소개 말씀에도 감사 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마음을 다하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제 6차 아시아 청년대회 주제의 일부인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춘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주님께서는 순교자들의 영웅적인 증언을 통해 당신 영광을 비추셨던 것처럼, 여러분의 삶에서 당신의 영광이 빛나게 하시고, 또 여러분을 통하여 아시아 대륙에 생명의 빛을 밝히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오늘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일어나 깨어있으라고, 또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들의 삶 안에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도록 초대하라고 요청하고 계십니다. 아시아 청년들이 모이는 이 훌륭한 대회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 안에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 곳곳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입니다. 교회는 전 인류의 일치를 위한 씨앗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국가와 민족들이 일치를 이루도록, 그러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 더 풍요롭게 하는 일치를 이루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놀라운 전망과 계획으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져 있습니까! 우리가 뿌리려는 선행과 희망의 씨앗이, 우리 주변뿐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는 이기심, 적대감, 불의라는 잡초에 질식해 버리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우리는 봅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바로 이러한 세상 속으로 나아가 희망의 복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약속을 전하고 증언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하여,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하느님 나라가 조용히 와서 소리 없이 자라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영은 모든 인간의 마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그 어떠한 상황도, 가장 절망적인 상황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복음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학교, 직장, 가정, 지역 공동체 안에서 여러분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나누어야 할 메시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요한 6, 68). 주님의 말씀에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악을 선으로 이기며 세상을 바꾸고 구원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 이러한 시대에 주님께서는 바로 여러분에게 의지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여러분이 세례를 받던 그날 여러분의 마음에 들어오셨고, 견진을 받던 그날 여러분에게 성령을 내려주셨습니다. 또한 성체 안에 현존해 계시면서 끊임없이 여러분에게 힘을 주시어 여러분이 세상 앞에 주님을 증언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주님께 “예’ 하고 대답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정말 준비 되셨습니까? 이제 여러분이 진실되고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제안해 드리겠습니다. 이 세가지를 늘 생각하시고 여러분 삶의 원칙이 되게 하십시오.첫째,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주시는 힘을 믿으십시오. 그분 말씀의 진리와 은총의 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주님의 파스카로 세례를 받았으며, 우리 마음에 살아 계시는 성령의 힘으로 견진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힘을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둘째, 날마다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지내십시오. 하느님을 경배하십시오. 주님께 대한 경배를 잊지 마십시오. 주님의 성령이 여러분의 마음을 들어올려 아버지의 뜻을 알고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시게 하십시오. 성체 성사로부터 기쁨과 힘을 얻으십시오.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받아, 여러분 마음이 순수함을 잃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게 하십시오. 본당의 일에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또 사랑의 복음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사랑의 실천에 참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복음에 반대하는 수많은 유혹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으니, 여러분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그리스도 말씀의 지혜와 진리의 힘으로 인도되게 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고, 또 매일매일 당신이 여러분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알려 주실 것입니다. 만약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사제직이나 수도생활로 당신을 섬기도록 부르신다면, 두려움 없이 “예”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은총도 함께 내려주실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행복과 완성을 향한 길을 여러분에게 보여주실 것입니다. 이제 제가 가야 할 시간입니다. 주일 미사 때 여러분을 다시 만나 이야기 하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도록 강복해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리고, 아시아와 전 세계에 주님의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충실히 증언할 힘을 주시도록 간청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여러분을 보살펴 주시고 여러분이 그 아들 예수님 곁에 늘 가까이 머물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또한 세계 청년 대회를 처음 시작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하늘로부터 항상 여러분을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크나큰 사랑으로 여러분에게 저의 강복을 드립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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