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사회문화부장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정 가운데 가장 대규모 행사는 오는 16일 집전하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시복 미사다.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하니 만인이 우러러보는 교황의 권위와 무게, 그리고 그에 대한 존경과 열광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취임 후 역대 교황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미사는 14일 한국에서 집전하는 첫 미사일 듯하다. 10여석 규모의 작은 성당에서 열리는 이 미사는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구현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워라"는 예수의 음성을 듣고 허물어진 교회를 열심히 복원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예수가 말한 교회는 건물이 아닌 예수 자신의 몸이며 그 가르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프란치스코 성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이어지는 예수의 이 가르침은 특히 그 어느 나라들보다 초대형 교회들이 많은 지금의 한국 기독교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런 점에서 '무교회주의'를 제창했던 인물, 김교신을 떠올리게 된다. 신앙인이며 교사였고 지리학자였으며 또 민족의 선각자로서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르고 그 후유증으로 해방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죽음을 맞았던 김교신은 유영모, 함석헌 등과 함께 건물이 없는 교회, 오로지 신앙만으로 모인 공동체로서의 교회, 즉 무교회주의를 실천한 인물이다. 김교신은 세계의 많은 종교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빛을 기피하는 종교이며 다른 하나는 빛을 매우 즐거워하는 종교다. 전자는 웅장한 가람을 지어놓고 대낮에도 촛불을 밝혀야만 하도록 어둑어둑하게 한다. 그러나 후자는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오직 진리를 밝혀 드러내었으니 우리는 하나님 앞에나 모든 사람의 양심 앞에 우리 자신을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다." 김교신의 말처럼, 또 "내 이름으로 두세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는 예수의 말처럼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면 번듯한 건물이 없더라도, 설령 십자가가 없더라도 그곳이 바로 교회가 아니겠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국 기독교, 종교계가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 한국의 교회 안에는 진짜 교회가 세워질 것이다. 예수 없는 교회에 예수가 찾아올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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