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 외식업, 한류의 새 물꼬를 트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

최근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한 베이커리 브랜드가 바게트 종주국인 프랑스 파리의 중심상권에 유럽 1호점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프랑스식 대신 한국식 '카페형'으로 꾸미고 한국식 제품도 내놓아 차별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외식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물론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외식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빵집 하나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번 경우는 여러 가지로 뜻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몇백 년 넘는 오랜 식문화를 갖춘 유럽의 종주국에 같은 아이템으로 정면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은 수단과 방편을 쓰지 않고 바로 진경계(眞境界)로 바로 들어간다는 단도직입(單刀直入)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국가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는 교역과 수출이다. 과거 한국의 경공업과 중공업이 그러했고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으로 이어졌다. 외식기업들이 내수 시장의 위축 속에서 글로벌 진출을 앞다퉈 선언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들려온 이 같은 반가운 소식은 현재 우리나라 외식ㆍ서비스 기업들의 사활을 건 노력과 어려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현재까지 이만큼 경제발전을 이룬 것이 각 산업 분야에서 무모함에 가까운 도전을 멈추지 않은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본고장을 역공략하는 정공법(正攻法)은 분명 대한민국의 외식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한 단계 더 성숙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카페베네의 뉴욕 타임스퀘어점 역시 그렇다. 2010년 처음 해외진출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깝고 한류열풍이 부는 중국과 동남아를 주장했지만 결국 1호점은 세계 경제ㆍ문화의 중심지인 뉴욕 타임스퀘어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문을 연 후 많은 뉴요커들이 방문하는 소위 매출이 높은 매장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그 이상이다. 지난 7월 중순 경기도 양주 글로벌로스팅 플랜트 준공식에서 만난 동남아와 중동 지역의 카페베네 현지 파트너사들은 모두 뉴욕에서 방문한 카페베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현재 국내외 1300개 가까운 매장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도전이 아니었으면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대한민국의 커피 산업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해외 브랜드 카페와 커피 브랜드가 유입되면서 시장이 자리 잡고 확대된 현재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도 분발할 점이 많다.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 300여개 해외 매장에 커피 음료와 조제품 등 총 68t가량의 원두를 수출했다. 이는 국내 커피 관련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전체 원두 물량의 65%에 이른다. 향후 해외 시장에서 매장 유치뿐 아니라 다양한 원두 관련 제품 개발과 유통 사업에 진출을 시도, 2017년 원두 수출 총 2000t을 목표로 커피 소비 강국에서 커피 수출 강국으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한다. 해외 매장의 증가세를 고려, 향후 수출 판로(outlet)를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 원두를 수출, 새롭게 커피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한 호텔에서 외국 본사 직원들에게 예절과 서비스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서 특별히 교육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서비스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 한 복판의 바게트 가게에서 만나는 따뜻한 빵 한 조각과 세계적 수준의 호텔 서비스, 뉴욕 한복판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까지, 많은 외식ㆍ서비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해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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