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 키드' 이준석의 복귀와 그의 거침없는 언행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이준석이 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를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에 대해 겉으로는 '오작교 위원회'라고 폄하했지만 일각에서는 내심 시의적절한 '이준석 카드'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익명을 원한 새정치민주연합 초선 의원은 3일 "이준석이라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세월호 사고 국면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선 돌리기에 충분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도 이 위원장에 대해 "(새누리당의) 최상의 전략"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었다.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새바위 2차 회의를 주재했다. 이틀 전 1차 회의에서 '인사 검증' 화두를 꺼내면서 이목을 끌었던 그는 이날 회의에선 보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전당대회에 도전한 당권 주자의 상당수로부터 당내 인사 검증위원회를 상설로 두는 데 동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주문한 것에 집권여당이 자연스럽게 답을 제시한 모양새가 됐다.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도 맘껏 내뱉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등 최근의 청와대 인사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인사청문 제도만의 문제인 것처럼 묘사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 계신 김기춘 비서실장의 해명이나 책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선 "같이 일했던 사람이 맞나 싶다"고 수위 센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에 할 말 하는 여당'을 원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 입장에선 흠잡기 어려운 대목이다.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를 앞둔 '반(反)박근혜' 마케팅 전략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위원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대선 때는 20대 젊은 피를 모셔다가 머리를 조아리더니 대선이 끝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팽개치지 않았냐"면서 "이번에도 선거를 한 달 남겨놓고 다시 젊은 피를 모셨는데 견우직녀가 칠석날에만 오작교에서 만나듯이 새누리당과 이준석도 선거 때만 만나는 사이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새누리당은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칠월칠석날만 혁신한다"며 "이것은 이벤트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면서 무릎을 꿇고 대통령을 도와달라면서 박근혜 마케팅 전략을 편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돌변해 반박근혜, 탈박근혜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며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당내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장을 펴주는 모습은 민망하다"고 비판했다.이 위원장의 행보를 통해 새누리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요즘 새누리당에는 이 위원장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온다"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물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이 위원장 행보에 가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내에서 야당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 이런 이 위원장의 현란한 혁신 드리블이 골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남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허탈감, 피로감, 현기증 뿐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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