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한국 과학기술인, 아프리카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자

류홍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얼마전 안식월 기간동안 에티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ASTU)의 초빙교수 자격으로 전기공학 분야 강의를 하고 돌아왔다.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통해 ASTU에서 요청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ASTU는 에피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아다마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카이스트와 유사한 형태의 에티오피아 최초 국립 과학기술대학교이자 에티오피아에선 두번째 규모의 대학이다. 교수진 1천여명, 학생은 2만여명 수준이지만 전체 교수진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준이 높지 않고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현지에서 전력전자와 모터드라이브 분야와 관련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과 에티오피아 전역의 기술전문대 교수들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대학원 과정수업 등 두과목을 진행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선진교육에 대한 학업열기와 학구열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멀게는 1000km 이상 떨어진 도시에서 수업을 들으러 방문해 ASTU에 상주하는 전문대교수들도 있을 정도였다. 대학원생들도 중간고사 및 학기말고사를 수업시간과 별도로 할애해서 치를테니 한시간이라도 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까지 할 정도였다.  교육환경은 열악했다. 하루에도 몇차례의 정전으로 파워포인트 수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강의교재 확보나 강의자료 복사 등의 기본적인 강의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석사학위자 출신인 이곳 교수들의 자질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학생들의 지적 학습능력이 있더라도 선진 학문을 가르쳐 줄 지식있는 교수요원이 없어 선진지식 습득의 기회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참전국 16개 국가 중의 하나로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왕실 친위부대를 파병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암하릭이라는 자체 문자를 가졌으며, 20세기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ASTU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선진국의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대학발전과 외부협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발전상을 롤 모델로 삼아 나라를 발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에피오피아 정부 요청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정년퇴임한 한국인 이장규 교수가 2011년 ASTU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포항공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해건 교수가 공대학장으로 임용된 것을 비롯해 3개 단과대 학장이 한국인으로 임용되는 등 많은 한국 정년퇴임한 한국 교수들이 이곳에 보람을 찾아 기여하고 있다.  어린 시절 공부하던 자신들의 환경과 비슷한 에티오피아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현지 교수요원의 자질 향상에 역점을 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GKS 장학제도 등을 활용하여 현지 교수요원들을 한국 대학으로 보내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에티오피아 교육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한 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위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전파하고 다양한 채널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 선진국으로부터의 직간접적 지원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초가 되었듯이 어엿한 세계 11대 무역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의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원조선진국으로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며, 특히 과학기술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필자도 귀국 후 에티오피아의 우수 교원을 겸임교수로 있는 UST의 박사과정 학생으로 지도하여 간접적으로 계속 에티오피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류홍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