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전문경영인과의 역할 분담, 이재용 부회장 진두 지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지만 병상 생활은 다소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상의 공백은 없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다. 미래전략실은 전 계열사에 이 회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만큼 업무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이 이 회장의 장기 공백 우려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은 그동안 체계적으로 갖춰온 경영 시스템 때문이다. 삼성이 이 회장의 경영공백 우려를 차단하고 나선 것은 이 회장의 장기부재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이 자칫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빠르면 13일 오전경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의식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한 뒤에도 당분간 입원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 예전처럼 이 회장이 출근 등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과의 역할 분담, 경영 공백 없다=이 회장은 매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집무실로 출근해 현안을 보고받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결정은 직접 내리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그룹 전체의 큰 경영 구상에만 관여한다. 때문에 지금과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각종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에 따른 경영 지침을 내리지만 세부적인 일은 거의 전부 전문 경영인들에게 일임하고 있다"면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업구조 재편은 이미 지난해부터 수립된 계획에 맞춰 진행중이고 서초 사옥 집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을 때도 경영상의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이미 갖춰 놓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한 경영상의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물리적인 사무공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물리적인 집무실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경영 현황을 살피고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 계획에 따라 계속 진행=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업구조 재편도 이 회장이 오랜 시간 해외 경영구상에서 내 놓은 '마하경영'과 '현장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간 중복되는 업무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간 인수, 합병을 진행하는 동시에 지배구조와 관계없는 지분을 정리하고 향후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둔 계열사 재배치를 진행중이다. 남아있는 것은 건설 부문이다. 건설 부문 역시 시기를 고려해 조만간 계열사간 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지분관계도 정리중이다. 총 16개의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삼성카드와 연결된 지분들을 정리했다. 향후 지배구조와 관련없는 지분 관계는 전부 정리할 방침이다.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상을 강화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도 경영공백설을 불식시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외 최고경영자(CEO)들과 폭넓은 교분을 맺으며 삼성그룹의 각종 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한편, 삼성전자 사장들과 함께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기고 중대한 계약 과정에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는 자리 역시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해외 출장을 떠난 뒤 11일 급거 귀국했다. 귀국과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이 회장의 곁을 지키던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안정을 찾고 저체온치료에 들어가자 병원을 나와 서초동 집무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들에게 회장이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회복되고 있는 만큼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후 역시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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