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부 갈등 드러낸 한은 부총재 사퇴

박원식 전 한국은행 부총재의 중도 사퇴를 놓고 뒷말이 많다. 당연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3년 임기를 보장받는 한은 부총재가 9일 금통위를 끝으로 퇴임식도 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4월까지 임기를 11개월 남긴 상태였다. 이주열 현 총재가 김중수 전 총재와의 갈등 속에서도 부총재 임기를 채운 것과 대비된다. 한은 안팎에선 박 전 부총재가 김 전 총재 사람으로 이 총재와 불편한 관계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달 1일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에선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부총재 시절 김 전 총재와 불화를 겪은 이 총재가 '김중수 색깔 지우기'에 나서리란 관측이었다. 이 총재는 취임 사흘 만에 일부 실ㆍ국장을 바꾸며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김 전 총재 시절 임명된 임원의 사임을 촉구하는 글이 내부 전산망에 오르기도 했다.  전임 김 총재 재임 기간에도 한은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둘러싸고 내부 불만과 조직의 동요가 적지 않았다. 현 이 총재로선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을 필요성이 있겠지만 임기가 보장된 부총재가 중도 퇴진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다. 박 전 부총재의 사퇴로 한은 내부에 파벌과 조직 갈등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총재가 바뀔 때마다 주요 임원이 사퇴하는 관행이 굳어질까 걱정된다.  박 전 부총재 사퇴 이후 한은은 더욱 술렁대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새 주요 보직에서 소외된 특정대학 출신의 중용설과 함께 특정 대학 배제설이 나돌고 부총재보와 국장급까지 긴장 상태라고 한다. 이런 조직에서 어떻게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을 이겨내면서 제대로 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까.  한은은 자타가 인정하는 엘리트 조직이다. 경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리한 전망을 바탕으로 금리 등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총재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인사가 왔다갔다 한다면 시장 신뢰를 잃고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려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책무는 막중하다. 경기변동에 맞춰 선제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줄여야 한다. 위험수위인 가계부채도 관리해야 한다. 한은이 조직의 건강성을 하루빨리 회복하길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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