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점 경쟁 심화로 3년 내 폐업률 50%…영업정지 겹쳐 '설상가상'
문을 닫은 휴대폰 판매점.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분당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형준(55)씨는 오늘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집에는 한창 취업준비에 전념해야 할 큰 딸 민지(24ㆍ여)가 등록금을 벌려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누워있다. 큰 딸 민지의 동생 민규(13)는 오늘도 학원에 보내달라며 자신과 아내를 조를 게 분명하다. 부부 사이도 예전같지 않다. 요즘 아내한테서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이 모든 게 다 휴대폰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생긴 일이다. IT 업계에 종사하던 박씨는 10여년 전 고된 근무에 비해 형편없는 월급을 주는 업계에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직장을 그만두고 수익률이 높다는 휴대폰 판매점 창업에 나섰다. 한창 휴대폰 시장이 활황이던 2000년대 박씨는 한때 휴대폰 단말기 4000대를 도소매로 판매하는 초대형 판매점의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휴대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최근 2년 사이에 매출이 30% 넘게 감소해 빚이 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달부터 이통3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3~4개였던 매장을 다 정리하고 직원 한 명과 겨우 남은 매장 하나를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서울 혜화동에서 이통사(KT)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동식(가명ㆍ58)씨도 2008년 퇴직 후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과 그간 모은 돈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던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러다 4년 전인 지난 2010년 다시 어렵게 대학가 골목 한 귀퉁이에 휴대폰 통신사 대리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수익률이 60~80%인 고수익 직종이라는 지인의 말에 많은 빚을 지고 시작한 사업은 문씨에게 또다시 엄청난 빚을 안겨주었다. 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 직원 2명은 무급휴가를 보낸 상태. 두 아들이 시간 날 때마다 번갈아 매장에 와서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문씨는 "한 번 실패했으니 이젠 정말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부채비율이 80%까지 불었다"며 "한창 취업공부를 해야 할 두 아들에게 매장 일을 시키고, 빚만 떠안은 데다 돈도 못 버니 집사람이나 아들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며 그간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휴대폰 유통업계 상황이 나빠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67.6%에 다다르는 우리나라에서 휴대폰 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런데도 매장은 늘고 있다. 과거 치킨집 등 음식업종에 몰렸던 퇴직자들이 이통사 유통점을 시작하면서 유통망간 경쟁도 심화됐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2월 발간한 '2013년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자영업별 3년 생존율은 휴대폰 매장이 43.8%로 나타났다. 새로 문을 연 매장 두 곳 중 한 곳은 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휴대폰 판매업 등에 진출한 50대 가장들은 노후 자금은커녕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판매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3)는 "보통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 퇴직자들의 경우 유통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휴대폰 시장에 적응하기란 만만치 않고, 온라인 판매시장에 진입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온라인 판매에 비해 매장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이 몇 배나 더 들어가는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호소했다.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가고 있다. 박대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영업정지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그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해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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