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 임단협 시기에 맞춰 어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놨다. 큰 틀은 임금 구성 항목을 단순화하고 연공급(호봉제) 중심 체계를 직무ㆍ직능급 위주로 바꿔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고정 지급하는 수당과 상여금은 기본급으로 합치고 기타 수당은 직무가치와 수행능력, 성과 등을 반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이다. 통상임금 확대, 60세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환경의 변화로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업종ㆍ기업별 특성이 다른 현실에서 단일 기준을 만드는 것은 무리이지만 호봉급 체계에서 직무ㆍ성과 위주로 가자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급속한 고령화와 정년연장 추세에서 연공보다 숙련도와 성과를 임금 산정의 주축으로 삼아야 노동시장의 투명성과 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정부 매뉴얼에 긍정적이다. 노동계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연공급 중심 체계를 직무ㆍ직능급으로 바꾸자는 데는 반발하고 있다. 직무ㆍ성과 평가가 기업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 있어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도 않을 정년연장을 빌미로 저임금 체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71.9%가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급 체계다. 경총은 현 임금 체계에서 정년을 5년 늘리면 인건비가 37%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ㆍ영세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가운데도 감당하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 인건비 부담에 신규 채용을 꺼리거나 중장년을 조기 퇴직시키고 비정규직을 늘리면 고용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현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고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이 흔들리고 고용불안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걱정된다. 연공제를 직무와 성과 중시 체계로 바꾸는 게 맞는 방향이다. 노동계는 당장은 임금 상승폭이 다소 줄더라도 일자리를 오래 지켜 전체 생애소득은 늘어난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사측과 부담을 나누는 게 상생의 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임금체계를 고민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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