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징벌적 요금할인제 명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듭된 제재에도 불법 보조금 지급 관행을 멈추지 않는 이동통신업계에 징벌적 요금할인제를 도입ㆍ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불법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차별한 업체에 영업정지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던 것을 영업정지와 함께 또는 별도로 고객 통신요금을 낮추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KTㆍSK텔레콤ㆍ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지난해만 해도 3ㆍ7ㆍ12월 세 차례에 걸쳐 총 1787억원에 이른다. 약 5500만명인 이동통신 가입자 총수로 나누면 1인당 3300원 정도다. 징벌적 요금할인제가 이미 도입됐다면 이동통신 가입자는 그만큼 요금할인 혜택을 누렸을 것이다. 미래부가 따로 추진 중인 과징금 상향조정까지 도입됐다면 요금할인 폭이 회사별로는 1만원가량 될 수도 있었다. 이 방안은 명분이 있다. 어제 미래부의 '사업정지' 명령 발동으로 영업정지가 사실상 재개되면서 고객의 불편, 유통업계(대리점ㆍ판매점)의 영업손실, 팬택 등 중소 기기제조사의 생산차질 등 2차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징벌적 요금할인제는 이동통신사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2차피해를 없앨 수 있다. 특히 전국에 치킨집과 거의 비슷하게 3만여개가 분포된 소규모 휴대폰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와 생계에 주는 타격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돼 피해당사자인 고객에게 실질적인 보상이나 혜택으로 돌아가는 게 없다. 이와 달리 요금할인제는 피해를 직접 구제하는 방식이다. 불법 보조금 근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과징금보다 요금할인제가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미래부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동통신업계가 시장과 기업활동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재정당국이 수입감소를 초래할 이 방안을 반길 리가 없다. 다른 행정벌과의 불균형 등 형식적 법률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 보조금과 관련해 지난 10여년간 20차례가량 거듭된 제재와 재발의 악순환을 끊는 데서 징벌적 요금할인제 이상의 대안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번호이동을 업계 자율로 규제하는 서킷브레이커 도입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지만, 이것은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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