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꺼림칙한 출발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열린 일곱 차례 연습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4볼넷)에 그쳤다. 2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28ㆍ넥센 히어로즈)가. 이택근(13타수 6안타 타율 0.462)과 강정호(15타수 5안타 타율 0.333) 등 동료의 활약 덕에 그의 부진이 묻혔을 정도다. 박병호에게 올 시즌은 특별하다. 외국인타자들이 3년 만에 국내 리그에 합류한다. 4번 타자로서 해결사 역할과 함께 토종 거포로서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경쟁해야 할 선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물이 많다. 그들과 홈런왕 등 공격 타이틀을 놓고 각축해야 한다. 2012년 홈런 31개, 2013년 37개로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만만찮다.경쟁자로 루크 스캇(36ㆍSK)과 호르헤 칸투(32ㆍ두산)가 눈에 띈다. 특히 스캇은 2005년부터 9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135홈런 436타점을 올린 거포다. 지난해에도 서른 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탬파베이 레이즈에서 9홈런과 40타점을 기록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도 홈런 두 개를 쳤다. 칸투 역시 두산의 4번을 책임질 타자다. 빅리그 통산성적은 2004년부터 총 847경기 출장에 타율 0.271 104홈런 476타점.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는 31홈런을 때려냈다. 여기에 팀 동료 강정호(27)와 최형우(31ㆍ삼성), 최정(27ㆍSK) 등 국내 타자들도 박병호의 아성에 도전할 다크호스다.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박병호가 유리한 점도 있다. 외국인타자들은 한국 야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에 실패해 성적이 부진하면 보따리를 쌀 수도 있다. 시즌 개막 후 본격적으로 국내 투수들을 상대해 봐야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당장 박병호와 함께 홈런왕 타이틀을 겨루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박병호는 검증된 선수다.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뒤 타율과 홈런, 최다안타, 타점이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2011년 0.254였던 타율은 지난 두 시즌 0.290, 0.318까지 상승했고, 11개였던 홈런도 세 배 이상 늘었다. 타점도 2012년 105개, 2013년 117개를 기록할 만큼 찬스에도 강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3할ㆍ30홈런ㆍ100타점'을 넘기며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국내 최고의 타자가 됐다.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제가 도입된 1998년 이후 외국인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한 시즌은 두 차례다. 도입 첫 해 타이론 우즈(45ㆍ42개ㆍOB)와 2005년 래리 서튼(44ㆍ35개ㆍ현대)이다. 3년 연속 홈런왕은 이만수(56ㆍ1983~1985년) SK 감독과 장종훈(46ㆍ1990~1992년) 한화 타격코치, 이승엽(38ㆍ삼성ㆍ2001~2003년) 등 세 명이 기록했다. 박병호는 2010년 이대호(32ㆍ44개) 이후 중단된 40홈런 대열에도 4년 만에 도전한다.박병호는 4일 모든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다음 "홈런왕을 의식하고 시즌에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차분한 자세로 새 시즌을 맞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도 "(외국인타자들과)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로는 "지난해보다 팀의 정규리그 순위가 올라가는 것과 4번에서 전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회 넥센 타격코치 역시 "지난해보다 더 터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5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는 박병호는 8일 일제히 개막하는 시범경기 첫 판부터 시험대에 오른다. 상대는 두산이다. 3년 연속 MVP와 홈런왕, 골든글러브 등 어느 해보다 놓치고 싶지 않은 타이틀이 많은 해다. 외국인타자들의 거센 물결을 이겨내고 토종거포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그의 방망이는 오는 29일 SK와의 문학 개막전을 기다리고 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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