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대기업은 법무인력 확대하고 로스쿨서는 변호사 쏟아지면서 '대리급 변호사'도 증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법무인력을 대거 충원하면서 사내에 대리급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변호사들은 공급 인플레 때문에 안정적인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기업은 법무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변호사 채용을 늘리는 등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지난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대리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존에는 변호사를 최소 과장급 이상 조건으로 채용했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고 기업도 법무인력을 법무팀 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부 전반에 걸쳐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직급을 대리로 낮춰 채용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애플 소송을 기폭제로 법무인력 확충과 특허 관리 업무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또 로스쿨 출신 인력 공급도 많아지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에 대리급 변호사들을 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승진을 위해서는 사원 4년, 대리 4년, 과장 5년, 차장 5년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의 경우 대리로 입사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변호사 자격증은 있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들은 면접 과정에서 대리로 입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삼성은 2012년 대리급 변호사를 처음으로 채용한 후 이들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법무팀 대신 마케팅, 기획, 인사 등의 일반 부서에 배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영업을 담당하는 한국총괄 등에도 대리급 변호사를 두고 있다. 아직 그 수는 많지 않지만 향후 일반 부서에 배치되는 대리급 변호사들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변호사들도 개업, 로펌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내 변호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기업은 로펌과 비교해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사건 수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에서 비즈니스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취업 현황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 중 16.1%에 달하는 226명이 사내 변호사로 입사했다. 같은 해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9.8%인 98명도 기업행을 택했다.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특허를 포함해 법률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리급 변호사를 일반 업무에 투입할 경우 법적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무 단계에서 수시로 법률 자문을 통해 애초에 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케팅, 영업을 하다 보면 경쟁사와 법적 분쟁을 겪을 소지가 상당한데 같은 팀 내에 변호사가 있으면 실무상에서 지속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할 수 있어 유리하다"며 "기존에는 법무팀에 일일이 자문을 구하고, 다른 팀에 있는 간부사원 또는 임원에게 자문을 구해야 해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시로 법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는 "변호사 인플레가 지속되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법무인력을 확충하면서 향후 대리급 사내 변호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변호사들은 비즈니스와 법률을 접목해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기업은 법적 분쟁에 대비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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