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취임 직후 지사, 지국, 대리점 찾아다니며 현장 목소리 수행인원 최소화…겉치레 보다는 실속""돈으로 하는 마케팅은 마케팅 아냐"…색다른 서비스로 승부수 던질 것복장규정, 점심 시간, 출퇴근 시간 등 직원 간섭 심해서 불만 "너무 말을 아낀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입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황창규 KT 회장의 화두는 '현장'이다. 취임 이후 줄곧 전국의 지사, 지국,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수행 인원도 최소화했다.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속내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365일 중 200일 이상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영 스타일이 KT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황 회장이 27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자회사인 KT ENS 직원의 3000억원 매출 채권 사기 사건이 터졌고 사상 처음 603억 손실이라는 쓴맛도 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무디스는 지난 4일 KT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1단계 끌어내렸다. 각종 악재에도 황 회장은 묵묵히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A 임원은 "취임 직후 단행된 상무보 승진 현황만 봐도 현장 승진 건수가 본사와 5대5로 비슷하다"며 "본사 직원들이 승진의 3분의2를 차지했던 과거와 대조하면 현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중심으로 '통신' '자회사 통폐합' 등의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돈으로 하는 마케팅은 마케팅이 아니다"고 임원들을 질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하반기에는 색다른 서비스를 내놓고 서비스 중심의 승부를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황 회장에 대한 KT 직원들의 한달 평가는 엇갈린다. 전임 회장 시절 낙하산 임원들을 교체해 내부 갈등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잠들어 있는 1등 DNA를 되살려 KT인의 자긍심과 명예를 되찾자"며 사기를 높인 것은 호의적으로 평가받는다. B 임원은 "예전에는 직원들을 '혁신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동반자'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하지만 '비상경영'을 내세워 복장규정, 점심 시간,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일부부서에서 정장 복장 규정에 대해 강조한 것에 대해 사내 게시판에는 "복장이 문제가 아니라 틀에 박힌 사고가 문제" "때가 어느 때인데 군기를 잡고 있다" 등의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사내 식당 배식 시간도 '집중근무 시간대 업무효율 증대'를 이유로 두 시간에서 한시간으로 줄였다. 설 연휴와 주말까지 출근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를 따라가고 있다"는 냉소도 들린다.황 회장이 주요 현안에 대해 너무 말을 아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C 직원은 "큰 방향은 제시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며 "사기 대출사건, 적자와 같은 악재에 대해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둔형 스타일이다 보니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황 회장 취임 한달 동안 KT 이동통신 가입자 감소 추세를 이어가면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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