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민족명절인 설을 이틀 앞둔 지난 1월29일. 세종청사에서 마지막 기사를 전송하고 경남 창녕 고향으로 가기 위해 대전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였다. 통행권을 받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서는 순간 뒷자리에 앉아 있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아빠! 저 차들은 그냥 쌩쌩 지나가는데 우리는 왜 맨날 멈춰 서서 표를 받아?"하이패스 차로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다른 차를 보고 하는 말이다. 난 웃고 말았고 아내가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도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어. 편리하지. 그런데 엄마는 하이패스 차로로 가는 대신 이렇게 통행권을 받는 게 좋아. 목적지에 도착해 통행료를 계산할 때 창구에 있는 직원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고. 편리함 보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게 좋아. 모두가 편리하다고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겠지. 몇 년 뒤에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아들 녀석은 아내의 말을 이해하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약 3시간을 달려 고향이 가까운 현풍 톨게이트에 도착했다.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은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달려갔다. 우리는 역시나 멈춰 서서 창구 직원에게 통행권을 건네고 계산을 했다. 떠나려는 순간 뒷자리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아들이 창구 여직원에게 "행복한 설 되세요!"를 외쳤다. 창구 여직원도 환하게 웃으며 "네. 좋은 설 보내요!"로 답했다. 1년 동안 과학담당 기자를 떠나 있었다. 다시 돌아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는 과천청사 기자실로 향하던 지난 2월10일 월요일. 과천청사 바람은 차가웠다. 옷깃을 여미는데 과감학(科感學)이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과학(科學)과 감성(感性)을 조합해 만들어 본 단어이다. 과학은 긴 연구를 통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꾼다. 그런데 여기에 가장 부족한 것이 감성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내놓았다. 스마트카, 인텔리전트 로봇, 웨어러블(입거나 착용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실감형 콘텐츠 등 앞으로 다가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머지 않는 미래에 우리는 말 한마디로 명령을 전달받는 로봇을 집에 둘 수 있다.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장치를 손목에 차거나 입은 채 산다. 자가용에 엉덩이를 부리는 순간 모든 시스템이 알아서 척척 제어하는 스마트카는 물론이고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직접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의 다양한 콘텐츠가 널려 있는 세상과 만난다. 이런 빠른 기술적 변화에 '따뜻함' 보다는 '차가움'을 먼저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인간은 그림을 보고 웃고, 음악을 듣고 기뻐하고, 영화를 보고 눈물짓고,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감성이 풍부한 존재이다. 미래부에 감성이 넘쳐 나야 한다. 과감학(科感學)이 필요한 때이다. 감성은 소통과 맞닿아 있다. 과학에 감성이 스며들 때 기술은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소통의 영역으로 뛰어든다. 과학과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변화된 세상을 그려가는 미래부에 과감학(科感學)을 외쳐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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