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카드사 한 곳에서만 유출된 정보가 1억5000만건이 넘다보니, 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사람들로 은행 창구가 오후 늦게까지 북새통이다. 불안한 건 소비자뿐이 아니다. 사고가 난 카드사들은 초비상이다. 사고가 난 카드사 중 한 곳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 경영진이 사표까지 냈다. 사고 발생 3개 카드사는 12년만에 영업정지까지 받을 위기라고 한다. 업계 예상대로 3개월 영업정지까지 받게 되면 심각한 경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천만명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대형 사고에 남몰래 웃는 이들도 있다. 당장 수천만장의 카드가 재발급 돼야 하기 때문에 새 카드를 만드는데 납품을 하는 업체들은 반짝 수혜를 보게 된다. 보안 사고가 났으니 보안업체들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옆에 포탄이 떨어져도 수혜주를 찾는 발 빠른 증시 테마주 투자자들이 이런 상황을 간과할리 없다.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서 보안주와 신용카드 재발급 관련주들이 동반 급등을 했다. 보안주들은 이니텍, 라온시큐어, 시큐브 등이 수혜주로 언급되면서 21일 시세를 냈다. 이니텍은 상한가를 갔고, 라온시큐어도 장중 14%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시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니텍은 22일 장 초반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차익실현 매물에 5% 이상 급락한 채 장을 마쳤고, 라온시큐어와 시큐브는 아예 21일부터 기세가 꺾였다. 신용카드 재발급 관련주들은 상대적으로 테마 열기가 더 오래 갔다. 신용카드 생산업체 바이오스마트는 2일 연속 상한가 포함, 3일 연속 상승했다. 카드 칩을 생산하는 아이씨케이는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업종의 코나이이, 솔라시아 등은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반짝 매출상승은 있겠지만 펀더멘탈까지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결과다. 농촌 지역을 휩쓸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증시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한강의 철새 전망대까지 출입을 통제할 정도로 전국에 확산되면서 수많은 농가와 음식점 등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증시의 이른바 'AI 테마주'들은 신이 났다. 대표 테마인 파루가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테마주들이 동반 급등을 했다. 여기에 편승해 AI 방역과 관련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동반 시세를 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운명은 보안주와 카드 재발급 관련주들과 비슷했다. 차익실현 매물에 급등했던 주가는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불특정 다수의 불행을 잘 활용해 대박을 내는 이들도 가끔 있다. 3일 상한가면 50%나 수익이 나니 솔깃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상한가에 산 종목이 그날 하한가로 떨어지면 단 하루에 33% 손실이 나는 게 주식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바람에 급등하는 테마주들은 이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날아가는 폭탄이란 점을 잊는 순간, 대박의 꿈은 쪽박이 될 수 있다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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