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건물 전경련, 생각도 새롭게 바꿔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제 서울 여의도 신축회관 준공식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축하했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1년 전 당선인 시절 중소기업중앙회ㆍ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방문한 뒤에야 찾아와 중소ㆍ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 정리해고 및 골목상권 침해 자제 등 경제민주화를 모토로 대기업에 대한 질책을 쏟아내던 때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각 준공식장에 있어야 할 주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서초동 법조타운에 불려나왔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검찰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첫 공판에 출석했다. 횡령 및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오늘 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그는 전경련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이다. 같은 날 다른 모습이 보여주듯 그새 경제민주화가 크게 진전되지도, 재벌 총수의 불법ㆍ부당행위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ㆍ하청기업 간 불공정거래도 그리 줄어들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전경련은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논리를 전개해왔다.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는 데 대한 반성과 대기업 병폐를 고치는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전경련이 탄생한 지 올해로 52년째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준공식 기념사에서 "지난 50년의 기적에 이어 미래 100년을 열어가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경련이 그 역할을 하려면 대기업의 이익, 경제적 강자만의 입장을 대변해선 안 된다. 국가경제 전반을 고민해야 한다. 전경련의 기능을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로 탈바꿈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등의 시대정신을 읽고 변화하는 세계 자본주의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신축회관 입주를 계기로 새롭게 출발하길 기대한다. 위상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신축회관은 50층으로 그전 건물보다 2.5배 높다. 옷만 새 것으로 갈아입지 말고 생각과 하는 일까지 바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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