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장애, 배움의 열정으로 극복” 다문화가정 한국어 교사 꿈꾸는 김기열 씨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삶의 두 번째 길목에서 한국어교육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좌절 속에서 비로소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어요.” 2011년 1월, 한국어 교사였던 김기열 씨(55)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순간 장애인이 됐다. 11개월 동안 힘겨운 병상 생활을 이어오던 그에게 재기의 기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오랜 기간 절망 속에 빠져 있던 김기열 씨를 다시금 밖으로 내보낸 것은 다시 시작한 한국어 교육학 공부였다. 본래 부산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던 김기열 씨는 한국으로 이민 온 러시아인들과 자연스럽게 조우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무료로 가르치며 한국어 교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저의 도움으로 러시아 친구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스스로도 이 일이 천직이라고 여겨져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지요.” 보다 전문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김기열 씨는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수료 후 2000년 대학에서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그 당시 김기열 씨가 재직 중이었던 조선대학교는 베트남의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와 협정을 체결하고 대학 내 <세종 한국어학당>을 개설, 그를 포함한 한국어 교수를 파견한 것이다. 김기열 씨에게 2년 2개월 동안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생활은 그의 교사 생활 중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된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현지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매년 1만명에 가까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곤경을 지켜보며 저는 이들과 그들의 다문화 가정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러나 다문화가정에 꾸준한 관심을 쏟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던 김기열 씨에게 교통사고라는 큰 시련이 닥쳤다. 당장 경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사고였던지라 그는 현지에서의 활동을 접고 귀국 할 수 밖에 없었다.“한국으로 돌아와 10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하며 재활 치료에만 매달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습니다. 겨우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생각에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기만 했어요.”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 문득 이렇게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삶의 목표를 찾아야만 했다. 그는 미련처럼 남아 있었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정을 되찾아 보다 심도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학 석사 과정을 밟기로 다짐했다.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그에게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대학에도 대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김기열 씨는 2012년 국내 사이버대 대학원 중 한국어교육학을 최초로 개설한 경희사이버대 대학원 글로벌한국학 전공에 입학해 본격적인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김기열 씨는 경희사이버대 대학원에서의 수학이 정신적·지적 재활이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한국어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 지식과 실제적 교수법을 다방면으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과 내 오프라인 소모임 <한국어문화 연구회>에서 선후배, 동기들과의 학문적 소통에도 열정적으로 임하며 다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그는 국제적인 수업 환경을 경희사이버대 대학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한국학을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의 60%가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화상을 통해 팀 프로젝트 발표와 토론 수업이 진행됩니다.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세계적 흐름이나 나라별 특징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한국어 교사로서의 글로벌한 견해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며 김기열 씨는 다문화가정 대상 한국어 강사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가졌다.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교사 시절부터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국내에 점차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에 한국어 교육과 생활 상담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저 역시 오랜 기간 외국어를 공부하고 가르쳐온 까닭에 외국인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압니다. 비록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꾸준한 공부와 노력을 통해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에게 제 지식과 경험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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