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이용 많아지며 합승 자연스레 감소…카드결제기 장착율 100% 육박
올해 서울시에서 카드로 결제된 요금 1조1642억원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 숙명여대역 10번 출구 앞. 천원짜리 지폐를 든 여대생들이 줄을 선다. 이 곳은 지하철에서 내린 학생들이 학교로 가기 위해 이용하던 '자체 택시 승강장'이 있던 곳. 마을버스는 이용자가 너무 많기도 하고 늦을 염려가 있어 수업을 앞둔 학생들이 주로 애용했다. 택시가 오면 앞줄에서부터 3~4명, 때로는 2명씩 함께 타고 학교로 향했다. 서로 얼굴을 본 적 없는 사이지만 택시를 탈 때만큼은 한 팀이다. 1인당 요금은 1000원.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폐 한 장씩을 모아 기사에게 내곤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던 '택시 합승' 광경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로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에서 학교나 병원 등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태우던 '다람쥐 택시'가 줄고 있는 것. 손님이 3~4명 찰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는 다람쥐 택시는 불법이지만, 기사 입장에서는 단거리를 운행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승객 입장에서는 요금 부담을 덜 수 있어 공공연하게 운행돼왔다. 기본거리를 운행하는 탓에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부당한 요금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지자체에서 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현장의 기사들은 합승이 준 가장 큰 원인으로 단속이 아닌 '신용카드'를 꼽았다. 신용카드 소지율이 늘고 카드결제 기능을 장착한 택시가 증가하면서 합승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분위기에 소액결제도 카드로 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현금을 모아 십시일반하는 합승이 이제는 번거로운 일이 돼 버렸고 자연스레 빈도도 줄었다는 것이다. 15년 가까이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이종택(62)씨는 "출퇴근 시간이나 등교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에 있다가 몇 번 왔다갔다 하면 효율도 높고 현금을 받아 좋았는데 이제는 합승에 대한 인식도 별로 좋지 않고 학생들도 전부 카드를 들고다녀 일부러 기다리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카드결제기를 장착한 택시는 7만2061대로 전체의 99.8%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택시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한 셈이다. 2007년만해도 카드택시는 3.1%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택시의 카드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때부터 2011년까지 택시 1대당 15만원의 결제기 장착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카드이용을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지원이 뒤따르자 불과 몇 년새 장착율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2008년 53%, 2009년 82%에 이어 2010년엔 96%를 기록하며 90%선을 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2011년 97.6%, 2012년 99.9%를 나타냈다.
2012년 7월부터는 카드결제기 장착을 의무화해 미장착시 과징금 120만원을 부과하고 카드결제 거부시 개인택시 30만원, 법인택시 6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 되자 카드를 이용한 결제금액과 건수도 수직상승했다. 2007년 카드결제 금액은 57억원, 건수는 49만1000건이었다. 올해 9월 기준 결제금액은 무려 1조1642억원, 건수는 1억5063건에 달한다. 지난 2011년 결제건수가 1억건과 결제금액 1조원대를 나란히 돌파했다. 서울시는 현재 전체 결제 대비 카드결제 비율을 57.3%대로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결제가 일상화 되긴 했지만 기본요금이 나오거나 비교적 단거리를 가는 손님에게 현금을 요구하는 기사들도 여전하다. 카드 수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시는 6000원 이하 소액에 대해서는 2012년 1월부터 카드결제로 인한 수수료를 전액지원하고 있다. 2012년 지급된 수수료는 61억원, 올해는 56억원이 지급돼 9월까지 총 117억원이 지원됐다. 택시에 대한 카드결제 수수료는 2015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의 카드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수료 지원 등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기사의 눈치를 보면서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결제를 거부 당할 경우 다산콜센터 120으로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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