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들이 양 등 잡아먹어 연간 수억달러 피해...보호본능 강한 당나귀 투입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호주 목장주들의 당나귀를 사서 목장에 풀고 있다. 이는 들개들이 날뛰면서 양떼를 잡아먹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야생 당나귀를 잡아서 파는 것도 짭짤한 돈벌이 수단으로 등장했다.
호주의 목장주들이 사서 풀고 있는 것과 비슷한 당나귀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퀸즈랜드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등의 목장주들이 양떼 보호를 위해 당나귀를 사들이면서 당나귀는 가축시장에서 귀하신 몸이 됐다.퀸즈랜드주의 탬보에서 4대째 양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앤드루 마틴씨는 “3000에이커의 목장에 양을 풀어놓았다니 들개를 몰아내는 데 효과만점이었다”면서 “6년 전에는 당나귀 한 마리만 키웠지만 지금은 1만마리의 양을 지키기 위해 60마리의 당나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뉴 사우스 웨일스주의 목장주인 마이컬 맥팔레인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2마리의 개 공격으로 약 50마리의 양을 잃고난 뒤 4000마리의 양떼 가운데 당나귀를 풀었는데 19마리를 더 살 생각이다.이처럼 목장주 수요가 커지면서 가축 중개상인 브루스 라인씨는 지난해 퀸즈랜드 사막을 돌아다니는 야생 당나귀 100마리를 잡아서 판데 이어 올해도 200마리의 야생 당나귀를 몰아서 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그는 “성체 한 마리당 400달러(미화 379달러)를 받는다”면서 “값은 얼마든지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들개 딩고
목장주들이 당나귀를 사서 목장에 푸는 것은 누런 딩고와 집나간 개, 이들의 잡종 등 들개들이 양을 잡아먹어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머친슨 지역에는 최대 3000마리의 들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 주에서는 지난해 양을 비롯한 가축 4만2000마리가 죽임을 당했다.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4대째 양목장을 경영하던 한 목장주는 들개 공격이 너무 심해 양을 다 팔아치우고 있을 정도로 들개의 폐해는 심각하다.보호본능이 매우 강한 당나귀는 천성으로 개를 싫어해 개를 보면 공격해 쫓아내 다른 나라에서는 알파카와 이탈리아 무렘마 양치기 개와 함께 늑대와 코요테로부터 양을 지키는 데 늘리 활용됐지만 호주에서 이런 일에 쓰는 것은 요즘이 처음이다.호주 전체에 얼마나 많은 숫자의 들개가 있고 얼마나 많은 공격을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호주 당국은 수백만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들개는 최근 급증했다. 먹이인 토끼가 많은 데다 노인들이 은퇴하면서 목장에서 일하는 인력이 줄면서 잡지 않는 탓이다.양과 다른 가축에 대한 들개 공격의 피해는 연간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호주 양모 생산자 단체인 ‘울프로듀셔스 오스트레일리아’ 측은 추정하고 있다. 이 단체의 제인 브라운빌 회장은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결국 양모산업은 없어질 것”이라면서 전국의 공조대응을 촉구했다.호주는 세계 최대 극세양모 생산국으로 이 양모는 런던 세빌 로우와 밀라노에서 팔리는 고가 양모 양복의 원료로 쓰인다. 호주의 양모 수출은6월 말까지 1년 동안 28억6000만호주달러를 기록했을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호주 당국은 당나귀로 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들개 사냥에 현상금을 내걸었지만 더 치명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WSJ 은 지적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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