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흘림골에 서면 붉은 장관에 홀린다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오색 6.2km 단풍길, 이번 주말쯤 절정

기암괴석과 골짜기마다 울긋불긋 오색단풍이 내려앉았다. 설악의 깊은 산중을 물들인 단풍이 남설악 흘림골, 주전골까지 불태우고 있다. 등선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흘림골의 단풍은 수려한 암봉과 함께 어우러져 특히 더 아름답다. 오는 주말쯤이면 지난주 찍은 이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흘림골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더라' 는 한 시인의 읊조림처럼 설악산의 초록은 온데간데 없고 기암괴석, 골짜기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불타오른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절경에 감정선이 폭발한다. 걷는 내내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고 때론 깊은 감흥에 젖는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쏟아지는 폭포수가 만들어낸 물보라에 단풍나무의 붉은 잎새는 화들짝 놀란다. 바람에 한 잎 또 한 잎 붉은 물결이 쏟아지면 길손의 얼굴에도 단풍같은 가을이 내려앉는다. 설악산의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 탓에 자칫하면 시기를 놓치게 될까 조바심이 난다. 깊은 산중 말고 트레킹 삼아 단풍을 즐길곳을 찾아나섰다. 설악산 남쪽 자락에 있는 흘림골과 주전골이 그 주인공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흘림골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자태로 단풍을 쏟아내고 있고 주전골은 설악산 3대 단풍명소다.
한계령정상에서 오색약수터 사이에 자리잡은 3㎞ 가량의 골짜기가 흘림골이다. 한계령휴게소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양양 방면으로 2㎞쯤 내려오면 탐방로가 나온다. 입구가 도로변에 있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트레킹은 흘림골에서 시작해 여심폭포, 등선대, 주전골, 오색지구에 이르는 6.2km 길이다. 코스가 제법 길지만 전체 탐방길중 80%가 줄곧 내리막길인게 매력이다.  흘림골은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흔한 워밍업조차 없이 즉시 가파른 탐방로가 시작된다. 한 발 한 발 오르면 수백년 수령의 아름드리 전나무와 단풍나무, 주목들이 뒤섞인 흘림골의 장관이 한 겹씩 벗겨진다.  1㎞ 남짓 가자 흘림골의 명소로 꼽히는 여심폭포가 나왔다. 이름부터 묘하다. 폭포에 이르면 왜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옛날 속설에는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 신혼부부들의 필수코스였다고 한다.
여심폭포에서 등선대까지는 깔딱고개다. 장단지가 팍팍해질때까지 올라야만 한다. 그나마 길이가 300m에 불과한 것이 다행이다. 등 뒤쪽의 장쾌하고 우람한 칠형제봉의 시선도 힘을 덜어주는데 한 몫 한다. 자꾸 멈춰서 뒤를 돌아보게 한다. 봉우리들이 잇닿은 칠형제봉은 거리와 높이,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낸다.신선(仙)이 오른다(登)고 해서 등선대(登仙臺)란 이름이 붙은 봉우리는 흘림골 산행의 백미다. 암봉을 타고 올라 등선대에 섰다. 막혔던 가슴이 '뻥~'하고 뚫린다. 계곡을 따라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설악의 만물상이다. 울긋불긋 단풍에 물든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멀리 동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청봉이며 귀때기청봉, 끝청까지 설악의 서북주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남설악의 7부 능선까지 단풍으로 뒤덮였다. 단풍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갇힌 느낌이다.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다. 지나온 흘림골 너머로는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고작 한 시간여의 산행 끝에 설악의 절경과 곱게 물든 단풍을 만난다는 것이 황송해질 지경이다. 입을 다물지 못할 장관과 아쉬운 작별을 한 뒤 주전골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계곡을 따라 짙은 단풍이 물들어 간다.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의 굽이를 하나씩 돌 때마다 곱게 물든 단풍의 색감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다만 가뭄으로 계곡물이 빈약한것이 아쉬울 뿐이다.십이폭포를 내려온 물은, 용소폭포의 물과 Y자로 만나서 몸집을 불린다. 이제부터 흘림골이 끝나고 주전골이 시작된다. 흘림골은 등선대를 넘어 십이폭포 아래까지를 말하고, 용소폭포에서 오색마을까지의 계곡길은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주전골이다.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가야동과 함께 설악산 3대 단풍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주전(鑄錢)이란 옛날 이 계곡에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주전골은 줄곧 물길과 벼랑을 따라 내려간다. 워낙 길이 쉬워 어린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바위 벼랑에 낮게 붙인 데크에 올라 오색지구 방향으로 가면 왼쪽으로는 벼랑을 끼고 오른쪽으로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내려간다. 주전골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쯤에는 아담한 절집 성국사가 있다. 절집에는 다섯가지 색깔의 꽃을 피우는 신비한 나무가 있었다고 해서 이곳 지명이 '오색리'가 됐고, 약수에도 오색약수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설악산의 단풍 절정 예상일은 오는 18일. 흘림골과 주전골의 단풍도 이번 주말쯤 절정으로 치달아 만산홍엽이 될 터이다. 절집에서 오색약수까지는 한달음에 간다. 산행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감로수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남설악의 명불허전(名不虛傳) 단풍여행은 4시간만에 끝났다. 편하고 짧은 산행 대가로는 너무도 값진 가을날의 선물을 받아 든 기분이다.설악산(양양)=글·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jun21@◇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출발하면 경춘고속도 동홍천ic를 나와 44번 국도로 타고 인제를 지나 한계령 휴게소로 간다. 휴게소에서 양양방면으로 2㎞쯤 내려가면 오른쪽이 흘림골 탐방로다. 코스는 원점회귀가 아니였어 주차 전쟁이 치열하다. 두 대의 차가 가면 한 대는 흘림골 부근, 또 한 대는 종착인 오색지구에 주차하면 된다. 한 대라면 오색지구에 차를 주차하고 택시(1만5천원)를 이용해 흘림골까지 가거나 오색지구에 미리 식당을 예약하고 식당주인에게 부탁하면 보다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먹거리=오색지구에 상가가 밀집해 있다. 대부분 산채백반이나 산채비빕밥 등을 내놓는데 맛이 비슷비슷하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한다면 오색에서 양양가는 길의 '범부막국수'(033-671-0743)는 찾아가볼 만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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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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