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스토리인물史]개원성세의 명신 요숭과 송경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당 현종이 이룩한 개원의 치(開元之治)는 당 태종의 정관의 치와 더불어 훌륭한 정치의 전범으로 꼽힌다. 개원성세를 뒷받침한 뛰어난 재상으로 요숭과 송경이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종의 선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숭(姚崇, 650-721)은 섬주 출신으로 측천무후 때 발탁되어 조정에 출사했다. 장간지가 주도한 측천황제 퇴위 거사에 참여하여 중종의 복위, 현종의 즉위에 기여하였다. 현종은 황제에 즉위한 후 약화된 왕권 강화에 국정의 최우선을 두었다. 그는 무측천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재상이 되었다. 재상에 취임하자 10가지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하였다. 소위 치정십사(治政十事)인데 현종은 기꺼이 모두 수용하였다. 주요 내용은 인의와 도덕에 기초한 정치를 펼 것, 전쟁을 일으키지 말 것, 환관과 외척의 정치 간섭을 불허할 것, 법과 사회기강을 확립할 것, 언로를 넓게 열어줄 것 등 이다. 자미령(紫微令)을 올려 봉급만 축내는 무능한 관리를 정비하고, 중앙과 지방 관리를 서로 맞바꾸어 관료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였다. 또한 정치의 기본방향을 제시해 황제와 신하 사이에 언로가 널리 열리도록 하였고 군신이 서로 화합토록 유도하였으니, 당 태종 시대 황제와 신하들 간의 의기상통이 재현되었다. 무측천 시대에 난립한 절과 도교사원을 축소하고 많은 승려와 도사들을 귀농토록 해 농촌의 생산력을 늘렸다. 산동지방이 메뚜기 떼로 큰 재해를 입자, 전국에 메뚜기 박멸 명령을 내렸다. 이재민들에게는 구호물자를 제공하여 굶주림과 추위를 벗어나도록 배려하였다. 그는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였고 황제의 재가를 요청하였다. 한 번은 관료의 인사문제로 황제에게 건의하였지만 천장만 바라보면서 가타부타 답이 없어 영문을 모른 채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황제는 "재상에게 정사를 맡겼으면 국가 대사야 같이 의논해 처리하지만 작은 일까지 일일이 상의할 필요가 있느냐"고 측근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이처럼 황제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요숭이 마음껏 경륜을 펼 수 있었다. 그는 사안에 따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정무를 처리하여 국정의 효율성을 드높였다. 이에 따라 "때를 잘 아는 재상"이란 찬사를 받게 되었다. 그가 입궐할 때면 황제가 일어나서 맞아주었고 퇴궐 시 전각의 문까지 나와 환송해주었다. 신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 개원 초기 국정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히고 조정이 안정돼가자 현종은 요숭을 퇴진시키고 또 다른 원로대신인 송경(宋璟, 663-737)을 발탁하였다. 송경은 형주 출신으로 무측천 시대에 강직한 성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외척 배제, 부정부패 일소와 인재등용이 그의 일관된 소신이었다. 이에 따라 태평공주 일파의 미움을 받고 지방으로 좌천되기도 하였다. 그는 부러질지언정 굽히기를 거부한 강골의 관리였다. 말년에 무측천의 총애를 받은 장역지와의 싸움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자, 무측천은 그의 성품을 높이 평가하였다. 재상 임명을 받고 부임 중 환관 양사훈이 도중에 영접하려 나왔는데,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양사훈의 사람 됨됨이를 잘 알기에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심정의 소유자였다. 한마디로 민초의 애환을 이해한 눈물 많은 공직자였다. 지방에 부임하면 부정부패하고 무사안일에 빠진 관리를 과감히 숙정하였다. 백성들의 애환을 귀담아듣고 실사구시적 행정을 펴 어려운 민생을 잘 보듬었다. 그랬기에 덕인으로 추앙받았으며 "따뜻한 선정을 베푸는 관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전임자인 요숭이 추진한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ㆍ집행하는 것으로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송경은 사람을 잘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잘 썼다. "버리면 땅에 가득 쓰레기요, 쓰면 눈에 가득 인재다"라는 중국의 오랜 격언을 잘 실천하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결백하고 투명한 그의 국정 스타일이 결국 그의 정치적 명을 재촉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당(盛唐)을 이끈 많은 인재들이 이 시기에 배출되었다. 요숭과 송경이야말로 현종의 고굉지신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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