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노벨상 흥행의 비밀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2011년 10월4일 오전 솔 펄머터 미국 UC버클리대학 교수를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했다. 그때 캘리포니아는 새벽이었고, 펄머터 교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새벽 2시45분에 그를 깨운 것은 노벨상위원회가 아니라 한 기자의 전화였다. 펄머터 교수는 노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들려줬다. "기자가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어보더군요. 내가 반문했죠. '무엇에 대한 기분 말이죠?'라고요. 기자가 우리가 노벨상을 받게 됐다고 알려줬어요. 장난인지 확인하러 아내가 컴퓨터로 달려갔죠." 노벨상위원회가 갖고 있던 펄머터 교수의 전화번화가 이전 것이었고, 이 때문에 노벨상위원회는 그에게 수상 사실을 먼저 알리는 절차를 밟지 못한 것이었다.  노벨상위원회가 이처럼 수상자에게 미리 통보하지 못한 채 발표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이런 해프닝이 빚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안을 무엇보다 중시하다보니 발표과정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왜 수상자와 관련한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지는 반대의 경우를 떠올리면 이해된다. 권위 있는 상이라도 수상자 이름이 외부에 누출되면 발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언론매체는 사전에 정보를 빼내는 데 열을 올린다. 예측보도가 적중하는 경우가 잦아질수록 수상자 발표의 극적인 효과가 떨어진다.  수상자에게 통보한 뒤에는 보안 유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수상자는 입을 떼지 않더라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눈치 챌 가능성이 있다.  통보 이후 뉴스가 덜 확산되도록 하는 방법은 발표 직전 수상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몇 년 전 이와 관련해 노벨재단에 e메일로 문의했다. 노벨재단은 "각 분야 노벨상위원회는 발표 몇 분 전에 수상 소식을 통보한다"고 답했다. 그러다보니 당사자가 출장 중이거나 외출했거나 깊게 잠을 자고 있을 때에는 사전 통보를 하지 못한 채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전화번호가 틀린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노벨위원회는 사전에 전화번호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나? 이에 대해서는 이런 반문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노벨상 발표를 며칠 앞두고, 발신번호를 보니 스웨덴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전화번호를 확인하려고 걸었다고 한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철저한 보안 뒤에서 준비된 노벨상 드라마의 막이 이제 곧 오른다.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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